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0일] 수입 원료로 만든 무늬만 전통식품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식품으로 한식 세계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정부의 한식 세계화 방안도 김치와 함께 고추장ㆍ막걸리에 상당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인 고추장과 막걸리가 주재료를 수입산으로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CJ제일제당ㆍ대상 등 대형 식품업체가 만든 고추장의 상당수는 중국산 고춧가루와 국산 고춧가루를 섞어서 만든다. 고추장에 들어간 고추양념도 모두 중국산 고추를 이용한다. 이들 기업은 고추장 제품을 광고하면서 '순창' '태양초' '우리쌀 100%'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고추장의 핵심 재료인 고추는 중국산을 쓰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원산지 표시를 엄격하게 하고 있고 가격 및 수급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한다"고 항변한다. 두 회사 모두 고춧가루를 포함해 100% 국산재료를 사용한 고추장도 만들고 있지만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수출용 고추장 역시 거의 대부분 중국산 고춧가루와 고추양념을 사용한 제품들이다. 국제식품규격으로 채택된 고추장을 처음 맛보는 외국인들이 중국산 고춧가루로 맛을 낸 고추장을 접해야 한다는 사실은 왠지 어색하다. 막걸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중에 나온 막걸리의 90%가량은 중국산ㆍ미국산 등 수입쌀로 만든 제품이다. 막걸리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일본의 사케와 프랑스의 와인이 100% 자국의 쌀과 포도를 사용하는 실정과 판이하게 다르다. 수입쌀 막걸리가 절대 다수인 이유도 수입쌀이 국산쌀보다 많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식 세계화의 대표 주자인 고추장ㆍ막걸리에 수입산 원료가 사용된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물론 가격 경쟁력을 고려할 때 모든 원재료를 당장 국산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국내산 고춧가루와 쌀로 만든 프리미엄 고추장과 막걸리 제품을 점차 늘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해외에 수출하는 고추장과 막걸리부터라도 국산 원재료를 사용해 세계에 진정한 한국의 맛을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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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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