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디자인 유전자' 만들어 내라

기업들 디자인센터 구축등 적극…일부 '경영인의 눈 재단' 오류도

‘디자인 DNA(유전자)를 만들어 내라’ 소비자들의 관심이 디자인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기업의 미래에 디자인이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이 디자인 전문인력을 다투어 확보하려는 것이나, R&D 센터처럼 디자인 센터를 구축하려는 것 모두가 같은 맥락이다. 최근 전경련 차원에서 주요 기업들이 소규모 디자인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가산점을 부여해 디자인 일감을 몰아주겠다고 나선 것 역시 국내 디자인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육책이다. 디자인 영역은 하지만 경제적 요소 이외의 것을 요구한다. 이름만 대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K사. 이 회사는 몇 해 전부터 신제품 디자인이 나오면 반드시 오너의 마지막 점검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종 책임은 CEO의 몫이라는 점에서 너무 당연하게 보이는 이 과정은 하지만 ‘예술가의 영역’을 ‘경영인의 눈’으로 재단한다는 오류를 범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K사 오너가 신제품의 디자인을 즉석에서 ‘이렇게 저렇게 고치라’고 지시하면 그 때부터는 디자인 컨셉에 의한 전체적인 완결성을 무시한 ‘엉뚱한 디자인ㆍ모델’이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경영 결정은 각 부문의 요소들을 총괄적으로 점검한 후 마지막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내리는 것이겠지만 디자인은 그렇지 않다”라며 “걸작으로 꼽히는 숱한 예술작품 가운데 ‘공동작업’은 극히 드믈다”고 지적한다.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선 세계인의 미감을 자극할 ‘걸작’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은 당연하다. 프랑스에서 이브생 로랑이라는 걸출한 패션디자이너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오랜 기간 축적된 프랑스인의 색감, 공간감각, 미의식이 윤택한 토양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드인 코리아’에 세계인들의 미감을 자극할 디자인이 씌워지기 위해서는 ‘한국적 디자인 DNA’를 발굴, 육성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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