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리빙 앤 조이] 당신을 어루만지듯 직접 만들었습니다

수제 초콜릿의 모든 것<br>호텔 제과코너 인기 품목<br>양보다 질좋은 것 골라야<br>광택나고 부드러워야 고급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제과주방은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요즘이 가장 바쁘다. 장찬호 임피리얼팰리스호텔 제과주방장, 임선영 조리사, 백운기 기능장(왼쪽부터)이 직접 만든 ‘사랑의 초콜릿’을 선보이고 있다.

초콜릿을 잘게 썰어 가열한 후 식히는 탬퍼링 과정

사랑하는 이가 있는 여성들은 밸런타인데이(14일)가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고민스런 날이기도 하다. 초콜릿 선물을 하긴 해야겠는데 어떤 초콜릿을 얼만큼 골라야 하는 지는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선물에는 품격과 센스가 담겨야 하지만 ‘오버’하는 느낌을 줘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게 일본 제과업계가 마케팅 수단으로 만들어 낸 유행이라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전세계적인 풍속도가 됐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집안 어른이나 직장 상사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문화가 ‘미풍양속’처럼 돼버렸다.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에서는 몇 해 전부터 멋쟁이들이 수제(手製) 초콜릿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양산되는 초콜릿 보다는 훨씬 비싸지만 특별한 사람에게 주는 밸런타인데이 선물이라면 나름대로 생색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제품과 양산품의 차이가 뭐냐고 묻는다면 공장에서 만든 빵과 제과점 빵의 차이 만큼이나 크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하루 1000개 이상의 수제 초콜릿을 만들고 있는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제과 주방을 찾아 ‘달인’들의 솜씨를 지켜봤다. 초콜릿은 제과 제빵 기술 중에서도 최고봉이라고 일컬을 만큼 예술적인 완성도가 중요한 제품이지만, 잘만 배우면 집에서도 손수 만들 수 있다. ■초콜릿의 정체 서양에서는 흔히들 초콜릿을 사랑의 상징으로 부른다. 달콤함의 상징인 동시에 약간의 최음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져 있으며 중독성도 있다. 그래서 초콜릿은 달콤한 사랑과 끝없는 로맨스를 상징한다. 초콜릿의 원재료는 카카오 나무의 열매로 만드는데 카카오의 고향인 중남미 지역에서는 고대부터 이를 ‘신의 음식’이라고 부르며 신성시했다. 유럽에서는 초콜릿이 2800여 년 동안 왕족이나 귀족, 기사 계층만 먹을 수 있는 신분의 상징이기도 했다. 놀랍게도 인류가 현재와 같은 고체의 초콜릿를 맛보게 된 건 150년 전이다. 19세기 스위스의 한 제과업자가 고형 초콜릿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주로 음료로 즐겼다. 이후 초콜릿의 달콤함은 전 유럽에 퍼져 많은 장인들이 맛과 형태를 발전시켰다. 대략 20세기 초반에는 초콜릿을 양산하는 공장이 생겼지만, 현재까지도 진정한 초콜릿은 제과 장인들이 만든 수제 초콜릿이다. ■광택이 생명 장찬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제과주방장은 “초콜릿의 생명은 광택과 부드러움”이라고 설명했다. 반짝반짝 빛이 나야 하며, 집었을 때 손에 묻지 않아야 하고,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녹아 들어야 제맛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템퍼링(tempering)이라고 불리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템퍼링의 사전적 의미에 ‘담금질’이란 뜻이 있는데 초콜릿의 템퍼링도 이와 비슷하게 이해하면 된다. 블록 형태로 나온 초콜릿 원료를 가열해 녹이고 다시 식히기를 반복해 만들기 쉽고 먹기 쉬운 형태로 만드는 일을 템퍼링이라고 부른다. 다크 초콜릿의 경우 템퍼링 요령은 대략 ▦초콜릿 블록을 잘게 섭씨 50도까지 중탕으로 가열해 녹인 뒤 ▦이를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부어 저어주며 27도까지 냉각시킨 후 ▦다시 31~32도까지 가열하는 식이다. 이러한 과정을 세 번 반복하면 완벽한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 밀크 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은 각 단계의 온도가 각각 5도, 10도 씩 낮다. 이렇게 준비한 초콜릿을 미리 만들어 둔 가나슈(안고)에 묻혀 내면(커버링) 금방 굳으면서 초콜릿 한 알이 완성된다. 가나슈는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향료와 술을 섞어 만들며, 커버링을 마친 뒤 모양을 내거나 땅콩 가루 등을 입혀 맛을 내기도 한다. ■어떤 초콜릿을 고를까 수제 초콜릿을 고를 때 광택을 신경 써서 고르면 좋다. 막 나온 신선한 제품일수록, 또한 15~20도에서 보관이 잘 된 제품일수록 광택이 강하다. 초콜릿 자체는 상할 염려가 덜하지만 가나슈에는 생크림 등 변질 가능성이 큰 재료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금방 만들어 잘 보관한 제품을 선택하는 게 요령이다. 초콜릿 표면에 하얀 가루가 핀 것을 ‘블룸(bloom)’이라고 하는데 이는 템퍼링 불량으로 카카오버터의 지방이 굳거나, 습도나 온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당분이 녹았다 굳은 경우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수제 초콜릿을 취급하는 곳은 각 호텔의 제과 코너 또는 서울 강남의 유명 제과점들이다. 제과점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몇몇 곳이 있는데, 인터넷을 검색하면 어떤 곳이 유명한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가격대의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같은 호텔 백운기 기능장은 “3만~5만 원 대의 12, 16, 20개 들이 상자가 가장 무난하다”며 “수제 초콜릿은 정성을 다해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마음을 담는 정도의 분량이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 직접 만들어보세요
'템퍼링'만 잘하면 집에서도 OK
수제 초콜릿을 사는 것도 좋지만 손수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렵지만 충분히 시도해볼 만 하다. 정성을 담아 직접 만든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처럼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만드는 요령은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제과주방의 유일한 처녀 조리사인 임선영 씨(25)가 설명 및 시연해줬다. ▦가나슈=먼저 다크 초콜릿 블록 1㎏, 물엿 50g, 버터 40g, 생크림 450g, 코냑 85g를 준비한다. 초콜릿 블록은 방산시장이나 대치동 리치몬드 상가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나슈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물엿과 생크림을 끓인 뒤 여기에 다크 초콜릿과 버터를 넣어 녹이고, 식으면 코냑을 넣어준다. 이것을 틀에 넣어 굳히면 가냐슈 완성. 틀이 없으면 요구르트 통이나 젤리 통 등을 적당히 잘라서 써도 된다. ▦템퍼링=집에서 손수 만들 때도 템퍼링을 꼭 해줘야 한다. 먼저 초콜릿 블록을 잘게 썰어 그릇에 넣고 중탕으로 50도까지 가열해 잘 저어준다. 집에는 대리석 바닥이 없으므로 이 그릇을 찬물에 담가서 27도로 식을 때까지 저어주고 다시 이를 중탕으로 31~32도 까지 가열한다. 전자레인지로 가열해도 된다. ▦커버링 템퍼링이 끝난 초콜릿은 끈적끈적한 반 액체 상태. 여기에 미리 준비한 가나슈를 가볍게 담갔다 건진 뒤 실리콘 종이에 올려주면 금방 굳어서 초콜릿이 완성된다. 커버링한 초콜릿에 포크나 젓가락 등으로 모양을 내거나 고명을 얹는 것은 취향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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