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골프와 사람] "골퍼, 매너부터 배워야"

명지학원 방목기념사업회 부위원장 이승민씨


“골프장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 90%가 아는 사람이었지. 다 반갑게 인사하는 사인데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할 수가 있나. 언제 다시 보겠냐는 심산으로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요즘 일부 골퍼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더 나요.” 이승민(68ㆍ사진) 학교법인 명지학원 방목기념사업회 부위원장은 예의 범절과 규범이 사라지는 골프 문화를 안타까워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작고한 민관식 전 대한체육협회장을 수행하며 정계와 체육계에 몸담았던 원로. 66년부터 72년까지 태릉선수촌 선수감독을 지냈고 테니스협회 총무이사를 거쳐 86년부터 92년까지는 스포츠용구 업체인 낫소에 몸담기도 했다. 테니스협회 부회장을 지낸 유영구 학교법인 명지학원 이사장과의 인연으로 지금은 명지학원 창립자인 방목 유상근 선생의 기념사업회 일을 맡아 하고 있다. 이승민 부위원장이 골프를 처음 접한 것은 37년 전인 지난 69년. 당시 스물여덟 청년이었던 그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동생이 ‘허리 아픈데 좋다더라’며 골프클럽 한 세트를 보내온 바람에 골프채를 잡게 됐다고 한다.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40년 전의 골프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그 때를 아십니까’였다. “백용상인가 하는 뉴코리아 골프장 헤드프로를 찾아가 골프를 배우는데 무조건 자기 폼만 따라 하라고 하더라”는 이 부위원장은 “돌아가신 민관식 전 회장은 연습하지 말고 그냥 나가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왼손잡이였던 민 전 회장은 오른손잡이용 클럽으로 하루 연습하고 바로 필드에 나갔다는 것. “워낙 사람이 없어 그냥 필드에서 연습하면 된다는 말이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앞 팀도 뒤 팀도 없어 프로나 캐디에게 레슨을 받아가며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볼을 쳤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볼이 워낙 귀해 끝까지 찾는 바람에 몇 시간이 걸리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고도 했다. 이어 “그래도 9홀 치고 클럽하우스에서 점심 먹고 쉬었다가 다시 9홀을 도는 여유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요즘같이 뛰다시피 라운드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 이 부위원장은 “유신과 10ㆍ26사태 때문에 골프채를 놓았다 잡기를 반복하다가 96년엔가 다시 치기 시작했는데 첫 라운드 때 함께 갔던 사람에게 호통을 쳤다”고 회고했다. “9홀 끝나고 식사하며 쉴 생각은 안하고 18홀을 내리 몰듯이 플레이하는 게 괘씸했다”는 것. 너무 오랜만에 필드에 나서는 바람에 그 동안 라운드 관행이 달라진 것을 몰랐던 것이다. “나중에 세월 따라 내 생각이 구식이 되어 버린 것을 알았다”는 그는 “아무리 그래도 요즘의 지나친 내기관행이나 만족할 줄 모르는 골프 문화는 몹쓸 것”이라며 혀를 찼다. 내기 때문에 앞뒤팀 골퍼들에게 피해를 주고 그것도 모자라 라운드 후에는 고스톱으로 또 내기를 하는 일부 골퍼들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다. 또 “보기 플레이어가 버디 기회가 안 온다고 투덜거리는 게 말이 되냐”며 스코어 욕심이 지나친 한국 골퍼들의 습성도 꼬집었다. “동반자와 같은 시간에 라운드하는 다른 골퍼들에 대한 예의뿐 아니라 골프 그 자체에 대해서도 겸손한 마음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말이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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