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H 정신'이 세계적 '애니 왕국' 성공 비결

부활하는 한국 애니메이션 <하> 해외서 배운다 - 日 지브리 스튜디오<br>스태프 사원화등 조직 체계화로 양질 작품 제작<br>캐릭터 판매외 영화 관련 전시회로 수익 창출<br>관객 동원 위해 대기업과 제휴 마케팅도 활발

지브리 미술관.

지브리에서는 작품의 캐릭터를 완성할 때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을 투자해 시행착오를 거친다. 사진은 현대 미술관에 전시된 영화 속 '아리에티'가 완성될 때까지의 변천사.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천공의 성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로 유명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 스튜디오는 유명세와 달리 소박했다. 도쿄도 고가네시에 위치한 지브리 스튜디오는 지상 3층 지하1층 규모의 건물 4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내부 역시 불필요한 장식이 전혀 없어 창가에 놓인 작은 토토로 인형만이 여기가 지브리 스튜디오임을 알려줄 정도였다.

현재 일본은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미국과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 15편 중 8편이 미국, 6편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이 애니메이션계에서 두 나라가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토이스토리'를 만든 월트 디즈니 계열의 스튜디오 픽사(Pixar)와 '슈렉'시리즈를 만든 '드림웍스'가 대표적으로 3D 등의 기술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작품을 매년 쏟아낸다.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는 우리나라에서도 2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고 픽사의 '토이스토리3'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흥행수입 1조원을 돌파해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이에 맞서는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도 오는 9월 9일 국내에 신작 '마루 밑 아리에티'를 내놓는다. 신장이 10cm에 불과한 '소인'(小人)아리에티가 인간들의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면서 벌이는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일본에서 지난 7월 17일 개봉돼 현재까지 600억원 이상의 입장 수입을 올렸다. 3D영화가 봇물을 이루는 요즘도 손그림을 고집하는 지브리의 성공 비결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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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를 이끄는 '3H' 정신=초기 지브리는 사원 고용을 하지 않고 스탭을 모아 작품을 완성하고 해산하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하지만 양질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조직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강력한 주장으로 89년부터 스탭을 사원화하고 정기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이 때문에 제작비의 80%가 인건비로 쓰여 당시 지브리 책임자였던 하라 토오루는 이를 두고 지브리는 '3H'(High cost, High risk, High return)라고 말했다. 하지만 덕분에 스튜디오는 더욱 체계적으로 바뀌었고 작품도 꾸준히 내는 원동력이 됐다. ◇다양한 사업활동=지브리에는 1988년 개봉한 '이웃집 토토로'의 인형이 제작된 것을 계기로 상품 기획부가 설립돼 본격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브리의 사업은 캐릭터 판매 뿐 아니라 영화 관련 전시회도 포함된다.

도쿄의 현대 미술관은 지난 7월부터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 관련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관람객이 소인 아리에티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영화 속 아리에티의 집을 재현해 놓았고 옷핀 따위의 생활용품 등은15배로 확대돼 전시됐다. 입장료가 1,200엔(약 1만 6,000원)에 이르지만 한 달간 11만명이 다녀갔다. 전시회를 총괄하는 다나카 카즈요시 프로듀서는 "전시회는 도쿄 뿐 아니라 일본 전역 혹은 다른 국가에서 열리기도 한다"며 "'하울...'의 경우 일본 전역에서 전시회를 열어 1억엔(약 14억원)을 벌어들였다"고 말했다.

도쿄 외곽인 미타카시에 위치한 지브리 미술관도 주요 사업이다. 예약 없인 관람이 불가능한 지브리 미술관은 일본 사람들 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지브리의 작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작과정을 볼 수 있고 미술관 내 소극장은 어린이들에게 처음으로 영화를 접하는 곳으로도 이용된다.

◇대기업 제휴 홍보=일본인 한 사람이 연간 평균 관람하는 영화는 1편도 되지 않는다. 이 관객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브리는 대기업과 제휴를 활발히 하고 있다. 지브리의 이미지가 좋아 자사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돼 기업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라는 게 지브리의 설명이다. 지브리는 '붉은 돼지'때는 일본항공 'JAL'과, '귀를 기울이면'은 보험회사 'JA공제'와, '원령공주'는 '일본생명', '센과 치히로...'는 '네슬레'와 편의점 '로손'과 각각 손을 잡았다. 디즈니의 경우 각 캐릭터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따로 있는 반면 지브리는 모든 캐릭터를 함께 그린다. 디즈니의 작품에서 각 캐릭터의 특성이 도드라지는데 비해 지브리의 작품에선 캐릭터만큼 주위 배경이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루 밑…'을 연출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은 "각 캐릭터별로 담당자가 있는 디즈니와 달리 지브리에선 전체 작품을 함께 그린다"며 "지브리의 작품이 자연과 캐릭터가 어우러지는 이유이며 이것이 지브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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