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때 정말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독감이 한창 유행했는데 멤버와 스태프가 순서대로 돌아가며 걸리는 거 있죠. 마스크도 쓰고 다녔는데 같은 마이크를 써서 그랬나봐요."
갑자기 남극의 펭귄이 떼로 지나간 듯 '써얼~렁'한 분위기.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며 천진한 표정으로 말하는 강균성.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전우성, 이상곤, 나성호가 그를 외면했다.
"너무 오랜만에 나오다보니 감이 떨어져서 그래요." 그룹 노을이 2년 만에 3집 '전부 너였다'를 냈다.
2002년 12월 세계 최초 모바일 그룹으로 데뷔해 주목받았지만 2004년 5월 2집 '아파도 아파도'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타이틀곡 선정 실패와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내지른 창법이 문제였다.
"2집 당시 '아파도 아파도'가 너무 우울했나봐요. 큰 사랑을 받지 못했죠. 바로 후속곡 '청혼'으로 바꿨지만 한번 돌아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더군요.
보컬 트레이닝부터 다시 받으며 3집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노래했어요." 3집에선 '전략'과 '전술'을 새로이 짰다. 최대한 슬픈 감정을 눌러 '절제'하고최대한 네 보컬의 음색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울 삼성동숙소에서 합숙하며 서로의 음악적인 견해를 양보, 지금껏 보여준 흑인음악을 바탕으로 한 R&B에서 벗어나 팝발라드로 팀 컬러에 변화를 줬다.
타이틀곡 '전부 너였다'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작사가 양재선의 감성적인 노랫말이 조화를 이룬 곡. 이와 타이틀곡 경합을 벌였던 '나무'는 기존 노을의 노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밖에도 일본 가수 아무로 나미에의 '올 포 유(All For You)'를 리메이크했고, 이상곤은 가수 이소은과 듀엣곡 '여행'을 불렀다.
각자의 음악적인 고집을 둥글게 만드는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을까.
"네 명 모두 성격이 달라요. 큰 트러블은 없지만 음악 작업을 할 때 의견이 불일치하면 그때그때 대화로 풀어요. 쌓이면 걷잡을 수 없으니 작은 방에서 모여 얘기를 많이 하죠." 내성적인 성격에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지만 네 명은 개성이 뚜렷하다.
"나성호와 강균성은 여자(초등학생, 할머니) 목소리를 잘 흉내내요. 유행어에도 민감하죠" "전우성은 트로트를 잘 부릅니다" "나성호는 결벽증, 이상곤은 정리벽이 있어요" "강균성은 스스로 둥글둥글한 성격이 아니라고 말해요" 등 각자 자신만의 '랜드(land)'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노래할 때만은 한 목소리다. 경쟁이 더 치열해진 점도 이들을 끈끈하게만드는 데 한몫한다. "공백기 동안 SG워너비, V.O.S, 엠투엠 등 수많은 남성 보컬그룹이 시장을 형성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어요. 그러나 저흰 음악적인 컬러를 바꿔 차별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음반이 성공하려면 가수의 역량, 기획사의 마케팅이 조화를 이뤄야겠지만 우선 저희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거죠."
한편 강균성은 서울 경기대학교 다중매체영상학부를 2월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또 나성호는 8월 한국 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한 후 9월 공연예술경영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