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그녀의 머리카락...

그러나 그토록 사랑스러운 그녀의 머리카락도 밥상이나 욕조같은 곳에서 발견될 때 우리는 사랑과는 정반대의 느낌을 갖게 된다. 왜 그럴까. 같은 머리카락인데…. 머리카락이 자기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의 자리는 바로 머리이고, 자리를 이탈한 머리카락은 자연스러움을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모든 사물은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자기의 본분을 다할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나무는 나무다워야 하고 바다는 바다다워야 하고 구름은 구름다워야 한다. 사물이 그러할진대 사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람은 사람다워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할 때 그 사람은 사람이라 할 수 없으며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 부자연으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된다. 사람다운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이렇게 말하고 있는 필자도 솔직히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기본은 각자의 자리를 알고 그 자리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청소부는 청소부의 자리를 지키며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청소를 하고, 국회의원은 왜 오늘 국회에 나가 앉아 있게 되었는지를 제대로 알고 국민의 의미를 항상 가슴에 새기며 일해야 할 것이고 경찰은 경찰의 본분을, 학생은 학생의 자리를, 선생님은 선생님의 자리의 의미와 본분을, 공무원은 진정한 공무원의 자리를…. 축약된 산업화 과정의 부작용으로 우리는 지난 세대 심각한 가치관의 붕괴와 문화적 갈등을 겪어 왔다. IMF 사태라는 금융위기 이후 끝없이 이어지는 구조조정·재벌 해체·도청·감청·만연된 부정 부패·원조교제·여야의 신물나는 그들만의 리그, 조계종 분규까지 사회의 구석구석이 시끄럽고 혼란스럽고 정상이 아니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의 배달민족이 어찌해 이럴까…. 바로 우리 모두가 밥상의 머리카락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도 저기도 자기 자리를 이탈하여 본분을 망각한 착각속의 머리카락들…. 새 밀레니엄이 오기 전에 범국민적인 제자리 찾기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 또 새위원회를 신설하지나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廉振燮 야후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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