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 하락이 연평균 5% 수준을 넘어 빠르게 진행되면 우리나라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경제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학자들은 특히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이미 4% 초반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시장경제 정착에 속수무책이라고 질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양두용 박사와 이창용 서울대 교수는 16일부터 40개 경제 관련 학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성균관대에서 열릴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 앞서 내놓은 ‘세계적 불균형과 한국 경제’라는 논문에서 연평균 5% 절상을 감안할 때 올해 말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절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면 일본 경제와 비슷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수출 대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돼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요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하락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업계에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시점에 나와 주목된다. 지난해 연평균 원ㆍ달러 환율 하락폭은 11.8%였다.
한편 대회와 함께 열린 한국경제학외 총회에서는 이재웅(성균관대 교수) 회장에 이어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새 회장으로 취임한다. 정 총장은 미리 배포한 취임사에서 “한국 경제는 성장동력 실종, 양극화, 노령화 등 과거와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 뒤 “문제가 복잡다기해지는데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할 정부와 사회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와 학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도 주제발표 논문에서 “시장경제체제의 정착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산적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속수무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