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세 입주자들 '삼중고'

보증금 급등·집주인 월세전환 요구·매물 부족…

양천구 목동에 사는 회사원 김 모씨는 요즘 틈만 나면 인터넷 중개업소 사이트를 뒤적이며 이사할 집을 찾고 있지만 이사갈 전세집을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다음 달 전세 만료를 앞두고 주인측이 전세 보증금을 5,000만원이나 올려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33평형 아파트를 지난해초 주인과 합의해 1년(2억3,000만원)간 계약을 맺었지만 최근 주인이 이 지역 전세값이 너무 올랐다며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 할 것을 요구, 어쩔 수 없이 새 집을 찾고 있다. 하지만 전세 보증금을 빼서 이사가기엔 주변 시세에 턱없이 모자라고, 1년치 연봉에 달하는 목돈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김씨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8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전세 세입자들이 김 씨와 같은 상황에 놓이며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집주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보증금을 올려달라 하고, 일부는 부담이 큰 월세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8.31부동산대책발표이후 전세매물도 별로 없어 새로 옮겨갈 집도 부족한 실정이다. 다주택자들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전세를 매매 물건으로 처분하는 추세고, 부동산 시장이 불투명해 새로 집을 마련하기 보다는 전세로 살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겨울방학과 직장 인사이동으로 인한 이사수요, 신혼수요 등이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전세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2단지 인근 목동팰리스부동산의 신현희 사장은 “지난해와 비교해서 약 40%가량 전세가가 뛰었다”며 “그래도 자녀 교육을 위해 전세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전세 희망자가 많다 보니 기존 세입자의 계약 갱신이 증가하는 추세다. 중계동 25시공인 관계자는 “전세 계약 만료자는 대부분은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금을 더 올려주면 재계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 물건들의 상당수는 월세로 돌아서고 있는 점도 전세세입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월세는 목동 신시가지2단지가 20평형이 보증금 4,000만원에 월 55만원, 대치동 선경1차 31평형은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 150만원정도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월 100만원이 넘는 집세는 가계 지출의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목동 까치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 27평 이하 전세물량의 절반 가량은 월세로 돌아섰다”며 “종부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당분간 집을 비우더라도 월세를 받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세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동백, 교하지구 등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많은 일부지역은 가격이 안정되겠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감에 매매보다는 전세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사수요가 있는 봄까지는 전셋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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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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