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10가구중 8.5가구가 '지방'
부산·경남지역 올 1~4월 입주단지 절반이 빈집상반기 주택·건설수주 전년 동기보다 23% 줄어규제완화 없이는 지방경제 파국 피하기 어려워"
이종배 기자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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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만이라도 규제 풀어야"
당정이 ‘건설발(發) 지방 경기침체’를 차단하겠다며 ‘공공건설 및 지방건설업체 활성화 방안’이란 이름으로 대책을 내놓았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까지 나서 지방 건설경기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는데 이면에는 주택ㆍ건설시장 침체가 지방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는 현실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산고 끝에 당정이 내놓은 대책은 허망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지방경제 활성화 키워드는 다름 아닌 지방 주택시장 규제완화인데 정부의 안에서는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 한마디로 맹탕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방 주택시장 규제완화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의 주택시장 침체→내수위축→성장률 저하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동원해야 할 필수 카드라는 점은 엄연한 현실이다.
◇지방, 주택ㆍ건설 수주 22% 감소=재경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방의 주택ㆍ건설 수주액은 전년동기보다 22.7%나 줄었다. 주택이 지방 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70%가량이라는 점에서 주택시장 위축은 짐작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 6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 10가구 중 8.5가구는 지방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뱅크 조사를 보면 부산ㆍ경남 지역의 경우 올 1~4월 신규 입주 아파트 1만6,849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은 빈 집으로 남아 있다. 주택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니 부도로 무너지는 지방 건설업체도 늘고 있다. 일반 건설업체 부도 회사 중 지방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38.2%에서 2005년 39.3%, 2006년 7월 말 현재에는 41.3%까지 상승했다. 부도 건설사 10곳 중 4곳이 지방 업체인 셈이다.
◇공급과잉, 정부 정책도 주원인=지방 주택ㆍ건설시장의 침체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가 빚어낸 산물이다.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수도권ㆍ지방에 상관 없이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현 제도 때문이다. 택지 고갈, 수도권 위주 규제 등으로 건설사들이 앞다퉈 지방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적용되는 획일적 규제가 지방 시장에 큰 짐으로 작용한 것. 실제 2003년 이후 지방의 주택공급비율이 수도권을 앞서기 시작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시장침체의 큰 원인은 공급과잉이며 그 속에는 수도권 주택시장 규제강화, 지방 주택수요 위축정책 등이 복합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까=정부도 주택규제 완화의 필요성은 잘 안다. 공공건설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방 주택시장이 정상화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 시점에서 누가 나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느냐”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강조해온 현 정부 기조 아래서는 규제를 풀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 이렇다 보니 지방 주택ㆍ건설 경기가 최악의 상황까지 몰리지 않는 한 주택규제 완화가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방 주택ㆍ건설경기를 살릴 재목으로 지목하는 행정도시ㆍ혁신도시 역시 주택 수요가 위축돼 있는 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져가고 있다.
입력시간 : 2006/08/29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