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올 수 있는 악재는 모두 다 일시에 부각됐다"
18일 주식시장에서는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는 격언을 입증이나 하듯 증시가 대세상승국면에 접어든 이후 보기 드물 정도로 시장 안팎의 악재들이 일시에 쏟아지며 증시를 억세게 옥죄는 모습을 보였다.
◆ 유가 급등에, '인텔.야후쇼크'에.. =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2.39달러 급등한 66.31달러로 3개월만에 최고치였고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도 배럴당 0.67달러 오른 58.
70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치였던 작년 9월의 59달러대에 근접했다.
중동 2위 산유국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개와 다국적 석유사 로열더치쉘의 생산설비에 대한 나이지리아 반군의 공격으로 수급차질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빚어진 현상이었다.
유가충격은 곧바로 선진국 증시의 약세로 이어져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30지수와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가 각각 0.58%, 0.62%씩 하락했고 유럽의 낙폭은 더욱 커서영국의 FTSE지수와 독일 DAX지수가 각각 0.72%, 0.99%씩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은 작년 4분기 주당순익(EPS)이 40센트로 전년 동기(33센트)를 크게 상회했지만 시장의 기대치(43센트)에 미달했고 세계 최대인터넷 포털 야후 역시 EPS가 16센트로 시장 예상치(17센트)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증시에 또 다른 충격요인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해 온 일본시장은 라이브도어의 주가조작 스캔들과 더불어 디플레이션 종료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의 발언에 이틀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니케이225지수가 3% 이상 급락, 한국 증시를 더욱 얼어붙게 하는 요인이 됐다.
◆ 시장 짓누른 양도차익 과세 = 상승 흐름을 타던 전날 증시를 급락장으로 뒤바꿔놓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가능성도 시장을 이틀째 짓눌렀다.
도입시 주식시장의 자금이 이탈하면서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연이어 제기되며 이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졌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16일 김영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이 "대통령 신년 연설에 세율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오전 거듭 주식 양도차익 과세도입을 부인했지만 한 번 불거진 악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싼 종목이 없다"..시장 내부부담이 근본원인 =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 불거진 온갖 악재 가운데 실제로 시장의 급락에 방아쇠를 당긴 요인은 시장 내부에 있다는 증시 투자전략가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마디로 단기간에 지수는 물론, 개별 종목 주가가 너무 급등하다 보니까 더이상 가격 메리트는 없고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은 엷어졌다는 이야기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했던 올해 주가전망 시나리오 중 1.4분기 최고치 1,450선은 전날 오전 1,426선까지 상승하면서 거의 달성됐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그간 대단히 많이 상승한 것이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투자종목이 없어질 정도로 주가가 움직이면서시장이 자기 무게를 못이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