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반도 전쟁가능성 희박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시인하고 워싱턴 매파들이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으면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은 피할 수 없는 듯도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우울한 시나리오는 시간이 갈수록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진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북한 지도부의 편집증적 정신상태로 인해 발생한 전쟁에 대한 공포는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을 놀라게 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미국내 한국인들의 마음에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 상당수는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이 마무리되고 2004년 대통령 선거가 끝난 즈음에 미국의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그러나 북한은 민주주의도 아니며, 공화국도 아니며, 인민을 위한 국가도 아니다)에 대한 공격 준비도 마무리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첫번째로 부시가 군국주의적 성향이 있지만 우매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즉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못할 전쟁은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군사적으로 봤을 때 북한은 이라크보다 강하다. 더욱이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남한은 이라크 주변을 둘러싼 그 어떤 나라보다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만약 남한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북한을 공격할 수만 있다면, 미국은 당장이라도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민주주의가 만개한 남한은 광적인 김정일 제거하기 위해 희생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아시아의 보석이다. 두번째로 다른 나라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을 꺼려왔던 중국이 본격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은 더 이상 북한편에 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 원조를 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북한의 경제지원에 지쳤다. 반면 남한과의 관계는 더욱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불만은 커졌고 반대로 남한과는 시간이 갈수로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는 결국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발생해 중국 경제가 망가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중국이 북ㆍ미ㆍ중 3자 회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 역시 이 같은 인식을 보여준다. 세번째로 미 공화당은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라는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 공화당은 일본을 세계 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견제세력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극우파 보다는 고이즈미 총리와 같이 아시아 국가간 군비 경쟁이나 군사적 갈등을 원하지 않은 사람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을 미국은 갖고 있다. 특히 지난 이라크전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공화당의 그에 대한 믿음은 한층 두터워졌다. 이 같은 점들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고 있다. 비록 핵 보유 시인 발언으로 세계를 긴장시켰지만, 대화에 나선 것 자체가 큰 변화이다. 물론 그 동안의 행적을 봐서 북한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국제정세에서 남한에 대한 무력공격이나 위협은 아무런 소득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정도는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워싱턴 정가는 북한이 스스로 변하기를 바라고 있다. 핵 위협 대신 개혁개방과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이를 통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은 또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량 국가에 대한 전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인이 믿게 함으로써 이 같은 변화를 한반도에 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톰 플레이트(UCLA大 교수)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