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왕따현상

孫光植(언론인)정주영씨가 대통령에 출마했던 것이 정치적 동티가 돼 현대그룹이 핀치에 몰렸던 적이 있다. 대통령이 된 YS가 이 그룹에 대한 돈줄을 막아 놓은 것이다. YS가 그렇게 한 것을 두고 당시 여러 말이 떠돌았다. 국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정주영씨가 선거유세중 『노태우대통령이 밥상머리에 앉혀 놓고 (후계 대통령으로)그렇게 가르치려 해도 못알아듣는...』 식으로 자신을 매도했던 것이 그의 복수심을 자극했다는 얘기도 있고 「부산 복집사건」(부산 기관장들의 YS지지 비밀모임 폭로사건)으로 막판에 낙선 위기에 몰렸던 YS가 권력을 잡자 분풀이로 그랬다는 설도 있다. YS쪽 얘기는 이와 좀 다르다. 정씨가 중간 판세를 보고 마지막에 YS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그의 당선에 극적 모멘트를 만들어 주겠다고 굳게 약속한 후 배신을 했기 때문에 그 앙금이 내내 가라앉지 않았던데 있었다고 보고있다. 이래서 YS시절 현대는 「왕따기업」이 되어 버렸다. 「왕따기업」하면 국제그룹이 있다. 양정모총수가 전두환대통령의 소집령에 불참한 것이 빌미가 되어 결국 재벌 해체의 비극을 맞았다는 것이 항설이다. 물론 당시 당국이나 주거래 은행장이 발표한 것 처럼 경영부실과 과도한 부채라는 경제적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과 진실이 일치하느냐, 왕따를 하나 만들어 내야 한다는 권력 패밀리의 의도에 따라 2중기준이 발동되었느냐 여부는 결코 규명되지 않는 것이 한국적 특질이라면 특질이다. 재벌들 끼리도 정권 변동기에는 「왕따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재벌도 권력의 속성이 있다고 보면 한나 아랜트가 말한 것처럼 「대신 죽어 주는」대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신군부 등장시 현대와 삼성이 벌였던 대판 싸움의 본질도 그것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수단으로 왕따기업을 만들어 내는 일이야 국민의 정부에서는 없으리라 믿지만 여러 정치적 감정들이 모여 혹 왕따기업을 만들려는 일은 없는지, 2중기준을 발동하는 불공정성은 없는지 두고 볼 일이다. YS가 정치적으로 왕따가 되는 현상에도 혹시 희생양을 하나 만들어 「나는 살자」는 권력 패밀리들의 묵시적 심리가 없는지 연구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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