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소떼이론

최영권 <국민은행 신탁자산운용팀장>

미국 서부의 광활한 평원에서 버팔로 떼가 무리를 지어 이동을 하는데 뒤에서 무리를 지어 따라가는 소들은 앞서 달려가는 소 떼를 쫓아가면서 앞에 있는 낭떠러지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연이어 강물에 빠지는 현상을 ‘소떼이론(Herd Theory)’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봉급 생활자나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절망감을 느끼거나 뒤늦게 투자대열에 합류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금리가 안정되면서 5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단기 부동화돼 아파트는 물론 복합주상ㆍ공모주 청약 등 돈이 된다는 소문이 들리는 곳이면 어디든 이동하고 있다. 기업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를 줄이며 미래의 성장률을 답보하지 못하고 현상유지에만 급급하면서 더 이상 부동자금을 ‘산업자금화’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기관 안에서만 돈이 돌 뿐 산업자금 쪽으로 투자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내수소비를 줄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저금리를 이용한 레버리지를 바탕으로 투기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장기채 공급으로 20년 호황기를 이끌었던 미국은 유가증권과 신탁시장의 발전을 바탕으로 다우지수 10배 상승의 신화를 이룩했다. 이 과정을 보면 포괄적인 금융소득에 대한 상속세의 완화를 통해 부자들이 투명하게 산업자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최근 급등하는 강남 부동산 가격의 이면에는 부자들의 ‘상속’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상속을 할 바에 고가의 주택에 대출을 끼워 자연스럽게 절세효과를 노렸다는 이야기다. 돈이 산업자금으로 흘러드는 것과 부동산 등 비효율적인 자산으로 흘러드는 경우의 결과는 향후 극명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전자는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려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준다. 하지만 후자로 전락할 경우 전세계적인 고금리 현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의 충격을 만난다면 한국경제를 제2의 위기로 이끌 수도 있다. 정부가 나서서 ‘산업자금’에 대한 투자를 이끄는 제도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익신탁에 대한 제도를 정비해 각종 조세혜택을 통해 투자매력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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