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잦은 말바꾸기'에 여론 등돌려

■ 김태호 후보자 자진사퇴<br>'박연차게이트' 연루 해명 못하고 의혹만 키워<br>'소통·통합 아이콘 '포부가' 불신의 나락'으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개인 사무실로 사용해온 서울 종로구 내수동의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원유헌기자

"소통과 통합의 아이콘이 되겠다.(8월8일 총리 지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무신불립, 국민의 믿음ㆍ신뢰 없어 무슨 일을 하겠나.(8월29일 자진사태 배경을 밝히며)"


대한민국 헌정 사상 다섯 번째 '40대 총리'의 깃발을 들고 등장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자신의 거듭된 '말 바꾸기'로 인한 여론의 비난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의 '天要下雨, 娘要嫁人, 由他去(천요하우, 낭요가인, 유타거)'를 인용해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어쩔 수 없는 상황)"는 글을 남긴 김 후보자에 이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여러 의혹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는 39년 만에 40대 총리로 주목 받으며 정치권에 '40대 기수론'의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잇따라 제기된 의혹들에 김 후보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급기야 치명적인 말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박연차 게이트' 연루, 스폰서, 선거비용 10억원 대출, 부인의 뇌물수수, 불투명한 금전거래와 재산관리 문제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야당은 물론 김 후보자를 엄호했던 여당 의원들도 하나둘 돌아앉기 시작했던 것.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교체 불가'를 천명하며 김 후보자에게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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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후보자의 결정적 실수가 터졌다. 청문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해 말을 바꾸면서 청문회 답변보다 이른 지난 2006년 2월 박 전 회장과 같이 찍은 사진이 27일 공개된 것. 여론은 급격히 돌아섰고 여당과 청와대 내에서도 불가론이 솔솔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논란 확산과 함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연기와 표결시 통과 불투명, 여당 내 충돌양상 등의 상황 전개가 김 후보자의 결단을 앞당긴 배경으로 해석된다.

'소통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히며 잠재적 대권 후보로까지 급부상 했던 한 정치인이 불과 21일 만에 불신의 나락으로 떨어진 셈이다. 결국 김 후보자의 등장과 퇴장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신선한 자극이 불편한 기억으로 마무리되는 씁쓸한 뒷맛만을 남기게 됐다.

여기에 신 후보자의 경우 5건의 위장전입과 17건의 부동산 거래 중 투기로 의심되는 내용,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인한 증여세 탈루, 부인의 위장취업 의혹 등과 관련해 사퇴압박을 받아왔었다.

또 이 후보자는 쪽방촌 투기를 포함한 부동산 투기, 공직자윤리법과 은행법 위반 의혹을 놓고 역시 사퇴요구를 받아왔다.

김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신 후보자와 이 후보자마저 물러남에 따라 '세대교체ㆍ소통ㆍ친서민'을 내건 8ㆍ8개각은 '죄송하다'는 말과 '자진사퇴'만을 남긴 채 두고 두고 현 정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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