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7일] 증시 선진화위한 아바타 전략

얼마 전 국내 극장가는 '아바타' 열풍에 휩싸인 적이 있다. '타이타닉'으로 잘 알려진 제임스 캐머론이 감독한 이 3차원(3D) 영화는 관람객이 1,3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대히트를 쳤다.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된 아바타는 화신(化身)을 뜻하는 말로 영화 속에서는 판도라라는 행성의 토착민 나비(Na'vi)족에 접근하기 위해 인간이 그들과 똑같은 외형으로 만든 생명체를 지칭한다. 영화 속에서 인간들은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광물을 얻고자 했다. 이는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방 코드에 맞추는 것으로 흔히 '아바타 전략'이라 불린다. 예탁증권 통한 유치전략 필요 이 같은 아바타 전략은 증시에서도 오래전부터 활용돼왔다. 기업들이 해외증시에 상장할 때 원주(原株)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대체증서, 즉 예탁증권(DRㆍDepository Receipts)을 상장시키는 방식이다. 일종의 '아바타 전략'인 셈이다. 우리나라가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국가로 인식되면서 최근 주식상장을 위해 한국 증시를 노크하는 외국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증시에 주식을 상장하는 방법에는 원주상장 또는 DR 상장 두가지가 있다. 원주상장이란 자국에서 발행한 것과 동일한 주권을 해외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후자는 대체증서인 DR을 상장하는 방법인데 원주보다 널리 활용되고 있다. 뉴욕 및 런던증권거래소 등 선진시장의 경우 77개국 3,127개 외국기업이 DR 형태로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이는 해외증시 상장에 있어서 'DR 아바타 전략'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시장법에 의거,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행하는 KDR(Korean DR)을 상장하는 방법이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시장에는 총 13개의 외국 상장기업 가운데 11개 기업은 원주로, 단지 2개 기업만 KDR 형태로 상장돼 있다. 그러나 원주상장은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원주상장의 경우 자국법에 따라 구성된 정관을 한국 법률 및 관행에 맞게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하는 등 과다한 법무 비용이 소요되며 경우에 따라 자국법령과 상충돼 아예 외국증시 상장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실제 일본 기업의 경우 한일 간 법률상충 문제로 원주상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원주 상장에 따른 이 같은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국내증시에 원주를 상장한 외국기업은 대부분 케이만 등으로 우회해 들어오는 편법을 쓰고 있다. 자국보다 먼저 우리 증시에 1차 상장한 외국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경우 앞으로 자국에 동시상장(dual listing) 또는 제3국에 교차상장(cross listing)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점들이 국내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선진시장에서 주요 투자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주식의 시장간이동(Migration)을 통한 차익거래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증시가 당장 GEㆍ애플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상장을 유치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 및 소비시장에 관심이 있는 외국 중견기업의 한국 동시상장을 유도하는 특화된 유치전략을 구사할 경우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원주방식를 지양하고 KDR에 의한 상장을 유도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점이다. 외국기업들이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KDR에 의한 상장을 선택할 경우 외국기업의 유치도 그만큼 늘고 국내증시의 국제화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증시국제화 기회 살려나가야 상장 못지않게 유지도 중요한 과제이다. 동경거래소의 경우 지난 1991년 말 상장 외국기업이 127개에 달했으나 현재는 13개사만 남아있다. 상장유지 비용은 비싼 데 반해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로 상장효과는 반감되면서 외국기업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증시선진화를 목표로 하는 국내증시로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증권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여 국내 증시상장 유지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건실한 경제성장을 지속함으로써 국내증시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신뢰를 높여나가야 한다. 모처럼 맞은 증시국제화의 호기를 살려나가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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