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글로벌 포커스] 브라질 '날고'… 러시아 '기고'… 정치 안정이 성장 좌우한다

러, 정경 유착·권력 다툼으로 경제 발목… 작년 GDP 7.9% 줄어<br>브라질, 룰라 리더십 힘입어 내수 기반 자생력 확대 '고성장'<br>가나등도 정치적 혼란 없어 풍부한 자원 바탕 '阿우등생' 도약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상흔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선진국을 이끌어가는 모습이다. 최근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신흥국들의 공통점은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중산층이 확대됨에 따라 튼튼한 내수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반면 정치적 혼란이 계속 이어지는 나라들의 경우 '위기 국면으로부터의 도약'에 어려움 겪고 있다. 이제 지구촌에서'이념'이 사라지고 있는 만큼 사회 안정이 국가 발전을 좌우하는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러시아, 브릭스 중 '나 홀로 고전'=금융위기가 잦아들기 시작한 올해 초 유망 신흥국을 의미하는 '브릭스(BRICs)'라는 용어를 이제 '빅스(BIICs)'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빅스'는 브라질ㆍ인도ㆍ중국ㆍ러시아 등 기존 '브릭스' 국가에서 러시아를 빼고 인도네시아를 집어 넣은 것. 주요 신흥국 중 '나 홀로 경제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전망이 '근시안'적이었다는 결론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러시아는 브릭스 국가 중 유일하게 위기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신흥국들이 금리인상 시점을 저울질하며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것과는 들리 러시아는 여전히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고 애쓰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7.9% 감소하며 구 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4.5%의 경제성장률로 중국(8.7%), 인도(5.6%)에 이어 주요20개국(G20) 중 세 번째로 높은 성장세를 달성했다. 러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모두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물론 러시아는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이라 장기적인 투자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안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타파하는 한편 제도 및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 현대화를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정부가 금융위기 당시 총 3,000억달러 규모의 경제 부양조치를 내놓았지만 결과는'오리무중'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뿌리깊은 정치권과 기업의 유착으로 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알 수 없고 자원배분의 타당성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외국 은행들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대출을 꺼리자 경제난도 갈수록 가중되는 양상이다. 더욱이 오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전 대통령의 권력 다툼이 계속되고 있어 경제 불안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구 언론들은 "누가 1인자인지 알 수 없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책의 일관성도 기대할 수 없다"며 해외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한다. ◇브라질 정치적 안정에 힘입어 도약=러시아와는 달리 브라질은 정치적 안정 속에 경제력을 빠른 속도로 키워나가고 있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악명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전해 왔으나 브라질은 금융위기를 거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브라질 경제는 글로벌 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며 '안정적 투자처'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빅스(BIICs)'이론을 주창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도 "브라질이 중남미 대륙 및 국제 무대에서 경제적ㆍ민주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극찬한 바 있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 1ㆍ4분기에 전분기 대비 2.7%, 전년동기 대비 9%나 성장했다. 중국(11.9%)보다는 낮지만 인도(8.6%)와 러시아(4.5%)는 가볍게 제친 셈이다. 지난 2002년 이래 재선을 거쳐 브라질을 이끌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다. 최근 타임이 선정한 '100인의 지도자' 분야에서도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4위)을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노동자 출신인 실바 대통령은 집권이래 빈민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 수 년간 3,000만명 이상을 빈곤에서 탈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빈곤 인구 감소에 힘입어 브라질의 내수 기반이 확대됐고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놀랄만한 자생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룰라 대통령은 앞으로 5년 안에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5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필요하다면 감세조치 등을 통해 내수경기를 활성화시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나 등도 정치 안정 힘입어 아프리카 우등생으로 도약=아프리카에서도 가나,탄자니아 등 정치가 안정된 나라들이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천연 자원과 많은 인구,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가능성을 갖추고 있지만 정치적 혼돈이 국가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잇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아프리카 첫 방문지로 가나를 택한 이유에 대해 "정치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모범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었다. 아프리카의 경우 이동통신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견고한 내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도 앞다퉈'신천지'개발에 나서는 양상이다. FT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아시아 이동통신시장이 27.4% 성장한 반면 아프리카의 경우 무려 49.3%나 확대됐다. BBC는 "넓은 대지와 수많은 인구, 사업 가능성을 확보한 아프리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면서도 "정쟁 가능성에 끝없이 시달리는 경우를 생각할 때 해외 자금이 어떤 나라를 택할지는 분명하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때 선진국의 관심을 끌었던 두바이 등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추락한 후 좀처럼 과거의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바이ㆍ아부다비 등을 끼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종교를 기반으로 강력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두바이는 부채를 지렛대로 경제를 일으키는 한편 외국인들의 투자와 노동력을 유치, 선순환구도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자생적인 내수 기반이 취약한 게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필리핀은 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국을 앞질렀으나 정치불안으로 지속적인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리핀은 수 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탓에 토호 세력의 발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에도 일부 사병 집단이 지방 선거관리위원회를 급습, 상대후보 진영 및 언론인 등을 중심으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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