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새 교황의 과제

<파이낸셜타임스 4월21일자>

고(故)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전 교황들보다 전세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이는 단지 26년에 달하는 그의 재위 기간이나 교리상의 엄격한 보수주의적 태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영향력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을 걱정하고 공산주의 및 전쟁에 반대한 그의 일관된 자세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역할이 새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에게 어떻게 계승될지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톨릭 내부 문제와 관련해 베네딕토 16세의 정책은 전임 교황과 매우 비슷한 모습을 띨 것으로 보인다. 새 교황은 20년 넘게 교황청의 신앙교리를 담당하면서 이혼, 동성애, 사제의 결혼, 여성사제 서품 등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새 교황은 콘클라베에 앞서 열린 특별미사에서 추기경들에게 시대의 조류나 최신 흐름에 휩쓸리지 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가톨릭을 포함한 여러 종교들이 교리상 반드시 상대주의를 인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교리상 절대주의가 만연한다면 불가피하게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베네딕토 16세는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 서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비종교주의를 인정하고 이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독일 출신인 새 교황은 폴란드 출신 전임 교황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새 교황은 추기경 시절 비종교주의 철학자들과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두번째는 바티칸이 전세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바티칸이 성적(性的) 문제에 있어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며 콘돔 사용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에이즈가 전세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바티칸의 확고한 입장이 오히려 세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새 교황의 마지막 임무는 가톨릭과 다른 종교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일이다. 베네딕토 16세는 과거 비(非)가톨릭 교회에 대해 ‘결함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으며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은 종교간 화해를 추구한 바티칸의 지난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종교간 화해를 위한 교황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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