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감독기관 통합/김승석 울산대 교수

재경원은 한보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금융감독기관의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금융겸업화의 진전에 따른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통합 금융기관이 출범하면 과연 금융사고가 없어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뿐만 아니라 감독기관 통합화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은 사실과 한참 거리가 먼 얘기다. 우선 통합된 감독체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를 통틀어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북구 3국에 불과하다. 이 나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의 금융기관에서 은행과 증권업무를 함께 취급해 왔으며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어 보험산업의 비중이 매우 미미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는 경우가 사뭇 다른 것이다. 재경원은 최근 들어 감독기구 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과 영국의 예를 그들 주장의 주된 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가 감독기관 통합을 추진하는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곧바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일본에서 내년 중반경에 시행될 예정인 금융감독체계개편은 대장성이 보유하고 있던 은행·증권·보험에 대한 감독권한을 수상직속의 금융감독청으로 이관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감독기관을 통합하여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그동안 일본경제에 많은 폐해를 주어 왔던 대장성의 권한을 축소·조정하여 관치금융의 흔적을 지우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감독기관 통합으로 오히려 관치금융의 폐단이 늘어날지도 모르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대입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다음으로 영국은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현재 영란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감독권을 증권 및 투자업무 감독을 담당하는 증권투자위원회(SIB)로 흡수시킨다고 하는 금융감독기관 통합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영국이 감독기관 통합을 추진하게 된 것은 유럽통합이라는 대변혁의 물결에 대비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유럽통화통합(EMU)이 출범하여 회원국의 통화정책 및 감독정책을 총괄할 유럽중앙은행이 생기게 되면 영란은행은 단지 하나의 지역은행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 전에 은행에 대한 인허가권 등을 미리 영란은행에서 SIB로 이관하여 남겨두고자 하는 것이다. 더욱이 통합감독기구가 생기더라도 영란은행은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건전성 규제권한은 계속 보유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단지 세나라만이 통합된 감독기관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또 나름대로의 특수 사정에 의해 감독기구 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영국과 일본의 예를 가지고 감독기관의 통합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19세기적 발상이며 언어와 논리의 횡포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세계적 추세」라는 용어가 지니는 무소불위의 힘을 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현재 분리되어 있는 감독기관을 인위적으로 통합하기 보다는 한보사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은 관치금융의 폐해를 방지하면서 「누가 누구를 감독할 것인가」라는 부차적인 문제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감독기관이 정치적인 압력이나 회유에서 벗어나 업무를 중립적·자율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약력 ▲55년 서울출생 ▲고려대 경제학과, 서울대대학원 경제학박사 ▲울산대 경제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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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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