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차입 경영시대는 끝났다(사설)

병주고 약주기식 부도방지협약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위기의 기업을 살리기 위해 맺은 부도방지협약이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자금지원을 가로막아 오히려 궁지로 몰아 넣고 막다른 길에 접어든 후에야 회생기회라는 약을 처방하는 꼴이다.부도방지 협약 적용대상이 된 대농그룹도 바로 그런 기업이다. 대농그룹은 금융지원의 한계에 부딪쳐 부도위기에 몰리자 끝내 부도방지 협약의 적용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대농 위기의 근본 원인은 기업경영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무리한 사업확장과 다각화에 치중,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한채 구조 조정에 실기했다. 21개 계열사를 거느릴 만큼 몸집은 부풀었으나 경영은 악화되었다. 빚은 늘고 적자도 커져갔다. 여기에 미도파가 기업인수합병(M&A)바람에 휘말렸다. 미도파 경영권 방어를 위해 1천2백88억원을 쏟아부은 것이 대농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불황속에서 자금이 쪼들리는 판에 갑작스런 자금수요가 겹친데다 한보사태 이후 금융권의 창구마저 얼어붙어 자금사정을 악화시킨 것이다. 그 뿐아니라 부도방지 협약이 마지막 강타가 됐다. 부도방지 협약 이후 제2금융권이 금융지원을 중단하고 오히려 대출금을 서둘러 회수함으로써 자금난을 부채질, 궁지로 몰아 넣은 것이다. 부도방지 협약 부작용의 또다른 희생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분명한 교훈은 빚이 많은 기업은 반드시 쓰러진다는 점이다.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자구노력을 게을리 한 기업은 결국 쓰러진다는 평범한 경영진리를 또 한번 되새기게 한다. 최근 유원 우성 삼미 삼익악기 한보 삼립 진로 등 내로라 하는 대기업이 잇달아 넘어졌다. 이들 대기업은 하나같이 은행의 돈을 분에 넘치게 빌려 사업을 확장하다가 끝내는 빚더미에 눌려 쓰러졌다. 남의 돈으로 문어발 확장과 몸집 부풀리기를 했고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호황일 때는 계열사끼리 빚 보증을 서고 자금을 돌려 쓸 수 있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지만 불황일 때는 경영이 어려워지고 금융시장도 빠듯해져 서로 안고 넘어지게 마련이다. 이같은 경영형태와 불황의 깊이에 비춰보면 부실징후 기업이 하나 둘이 아니어서 제2, 제3의 대농사태가 얼마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개방이 가속되고 M&A가 활성화 되어 가고 있는 추세라는 사실을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는 경영혁신을 통한 체질강화, 또 금융권에는 부도방지 협약의 보완을 촉구하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대기업은 물어발 자르기와 경영구조 건실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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