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채권시장 매물폭탄 "심상찮네"

4일새 단기채권 위주 2조9,000억 팔아치워<br>정부 규제방침에 핫머니 泰등으로 이동 분석<br>"유동성 풍부해 추세적 이탈로 보긴 힘들어"


올 들어 국내 채권시장에서 대거 채권을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최근 단기채 위주로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 2일에는 1조5,000억원 가까이 내다팔아 하루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불과 나흘 만에 2조9,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단기채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고 원화도 중ㆍ장기적으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추세적 이탈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3일 장외채권시장에서 7,960억원어치(오후4시 기준)를 내다판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일에는 1조4,815억원을 팔아 하루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외국인들은 지난달 30일 이후 나흘 연속 '팔자' 행진을 지속하며 2조9,100억원이 넘는 국내 채권을 팔아치웠다. 채권 종류별로 보면 외국인들은 통안채를 비롯해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채권을 집중적으로 내다팔았다. 외국인들은 2일 하루에만 1조4,000억원이 넘는 통안채를 판 것을 비롯해 지난달 30일 이후 사흘간 1조9,399억원 이상 팔았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채권 순매도액(2조1,140억원)의 90% 이상을 단기채 매물로 쏟아낸 셈이다. 외국인들은 3년 이상 중ㆍ장기물 위주로 이뤄진 국고채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매도 강도는 약하지만 11월30일 이후 사흘간 1,734억원어치를 시장에 던졌다. 외국인들의 이러한 행보는 대규모 순매수세를 유지했던 11월 중순까지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올 들어 10월까지 월평균 6조5,000억원 이상의 채권을 사들였고 11월만 해도 중순까지 2조원 넘게 사들였다. 특히 통안채는 월평균 4조1,000억원가량을 사들여 외국인 전체 순매수액의 60%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달라진 행보 원인으로 정부의 자본 유ㆍ출입 규제와 원화 약세를 꼽고 있다. 정부의 외국인 채권매매 과세 방침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원화 강세를 막겠다는 의지로 비쳐지면서 환차익을 노리던 단기자금들이 단기물 중심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 국내외 악재들도 매도세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영업 과장은 "지난주부터 외국인들이 통안채 중심으로 만기가 짧게 남아 있는 물량들을 대거 팔기 시작했다"며 "정부의 자본 유ㆍ출입 규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데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환차익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환차익과 금리 차를 노린 자금들이 이들 국가로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국채금리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반면 태국 등은 금리 인상을 하면서 고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최근 들어 외국인 자금이 태국 등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추세적인 이탈로 보기에는 아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선진국과 한국 간의 금리 차이가 여전히 큰데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고 원화 가치도 중ㆍ장기적으로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매도가 연말 펀드 정산을 앞두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의 채권영업 담당 본부장은 "연말정산을 앞두고 일부 글로벌 펀드들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국내 단기채를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고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세적인 이탈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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