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1.
시골집 정원수에 새집이 여러 개 매달려 있다. 지난해에 DIY(Do It Yourself)로 제작한 고가의 호화(?) 새집 2개를 걸어뒀으나 새들의 입주소식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저가의 새집을 6개 더 장만해 정원수 곳곳에 매달아 놓고 새들이 입주 유혹 받기만을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드디어 올 늦은 봄, 새집 4개에 새들이 입주해 마침내 알을 낳아 부화를 시작했다. 이 가운데 새집 2개에서는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는 이모작(?) 수확이 있었다. 박새가 먼저 알을 낳아 새끼를 길러서 떠난 후 곤줄박이가 그 집에 알을 낳은 것이다. 지금은 곤줄박이도 새끼를 길러 떠났지만 이모작을 할 만큼 편안한 안식처가 된 이 새집의 비결은 무엇일까.
새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데는 잘 꾸민 ‘호화 맨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고 비바람을 피해 새끼를 기를 수 있는 곳이면 족하다. 나머지 4개의 빈 새집에 새들이 입주하지 않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인기척에 노출된 집 처마에 달린 새집, 검은색 페인트칠로 거부감이 드는 새집, 땅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달려 천적의 위협을 느낄 만한 새집은 새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새집의 ‘좋은 자리’는 안전함과 평화로움이 보장된 곳이어야 한다.
#생각 2.
우리는 매일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를 본다. 공간개념의 자리가 아닌 우리가 일하고 있는 자리는 어떤 자리가 ‘좋은 자리’일까. 책임감 없이 일하고 월급만 많이 받는 자리가 좋은 자리일까. 아니면 부족한 조건이지만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좋은 자리일까. 업무상 ‘좋은 자리’는 나의 이익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 3.
새벽에 현관문을 여니 평소와 다르게 배달된 조간신문이 문을 따라 뒤로 밀려났다. 배달원이 바뀐 것인지 신문이 제대로 놓여 있지 않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이 따랐다. 문을 열면 집을 수 있는 바로 그 자리에 신문이 놓여야 ‘좋은 자리’다. 물건이 놓인 ‘좋은 자리’는 있어야 할 자리에 위치를 제대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