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인터넷의 '보이는 손'

安炳璨 (경원대 교수)중국과 미국의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이 미국의 미사일에 맞아 인명피해가 났을 때, 중국은 노발대발했고 미국은 오폭이었다고 몇번씩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엊그저께 중국은 미국의 미안즈(面子)에 또 일격을 가했다. 중국 국무원 대변인이 북경주재 내외신 기자들을 불러놓고 인터넷 시범을 연출했다. 컴퓨터 정보 검색사(웹서퍼)는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미국 공화당측에서 중국이 훔쳐갔다고 주장해온 7개 핵탄두의 그래픽과 상세한 기술자료를 내리받기(다운로드)해서 모니터에 띄워 보여준 것이다. 정보 검색사한테는 식은 죽 먹듯 쉬운 일이었다. 중국 국무원 대변인의 말처럼 그 핵기술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며 훔칠 만 한 것은 더욱 아니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중국을 핵 도둑으로 몰아붙이던 미국의 매파(공화당)는 꼴이 우습게 되고 권부(權府) 워싱턴이 발칵 뒤집어졌다는 소식이다. 은근히 돌려 차는 중국의 쿵푸 솜씨같은 장면이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인터넷의 정체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지구상의 누구라도 헤엄칠 수 있는 정보의 바다이다. 기존 경제학은 인간의 욕망은 무한정하나 재화는 부족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인터넷 경제학은 이와 정반대의 성질을 갖는다. 인터넷 자원(정보)은 수십만명, 수백만명이 내리받기를 해도 자원이 줄어들지 않는다. 공급이 수요를 무한정으로 초과한다. 인터넷은 어느 기술보다 빠르게 다위니즘적 진화를 거듭한다. 인터넷의 정보량 증가 법칙에 따르면 인터넷의 바다에 유통되는 정보량은 3개월 반마다 2배씩 늘어나, 최근 3년간 10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인터넷의 이용자가 5천만명을 돌파하는 데 걸린 기간은 4년이다. 라디오 38년, 텔레비전 13년, 개인용 컴퓨터 16년에 비하면 폭발적인 확장세력이다. 이처럼 빠른 진화는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을 요구한다. 인터넷 경제학에서는 절대강자나 영원한 약자는 없다고 말한다. 중국 국무원의 핵 정보 내리받기 시범은 두 가지를 깨닫게 한다. 인터넷 자본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 정보공급이 정보수요를 무한정으로 초과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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