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터뷰] 이훈섭 한국전통상학회 이사장

"보부상 아닌 부보상 명칭이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최선"

구당 이훈섭(60) 한국전통상학회 이사장

[인터뷰] 이훈섭 한국전통상학회 이사장 "보부상 아닌 부보상 명칭이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최선" 황인선기자 his 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구당 이훈섭(60) 한국전통상학회 이사장 “조선시대 행상으로 활동한 부보상(負褓商)의 본래 명칭을 하루빨리 회복시키는 게 저의 꿈입니다.” 구당 이훈섭(60) 한국전통상학회 이사장은 12일 “일제가 왜곡시킨 ‘보부상’의 명칭을 하루빨리 이 땅에서 척결하고 부보상으로 국사교과서에 실리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88년 3월 경상학 분야에서 전통이론을 발굴해 정립시키겠다는 소신을 갖고 한국전통상학회를 만들어 지난해 말까지 학회를 선두에서 이끌어왔다. 그는 한학자이면서 교육자로 오래 활동해온 부친 이주엽(81)옹의 영향을 받아 우리 역사의 뿌리를 바탕으로 전통과 문화유산을 계승ㆍ발전시키는 전통학문에 큰 관심을 가진 것. 특히 그는 최근 부보상 관련 사료를 깔끔하게 집대성한 ‘부보상을 아십니까’라는 책을 펴내 1925년 조선총독부가 날조한 보부상이라는 명칭을 80년 만에 청산하고 본래 명칭인 부보상을 되찾아 정착시키는 데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또 2001년부터 제자들과 함께 1,000여명으로 부사모(부보상을 사랑하는 모임ㆍwww.bubosang.net)를 결성해 부보상 명칭 사용을 촉구하는 계도 메일을 보내는 등 명칭회복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와 문화재청ㆍ국사편찬위원회 등은 보부상을 부보상으로 수정하는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사모 한 책임자는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학계 전반적인 추이와 연구성과를 검토해 차기 교육과정 개발 때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부보상은 1392년 조선 태조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당시 백성들에게 생활필수품을 유통시킨 상인에게 하사한 명칭이다. 부보상은 남자 행상인 부상과 여자 행상인 보상의 합성어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목기와 소금ㆍ토기ㆍ어물ㆍ무쇠밥솥 등 다섯 가지 산물에 대한 전매특권을 받아 조선시대 유통의 기반을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이사장은 “만일 조선왕조에서 부보상을 육성하는 중상정책을 실시하지 않고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더라면 국가경제의 허리 부분인 유통경제가 무너져 왕조유지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지금도 시장경제가 무너지면 국민의 생활경영이 파산하게 마련”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유통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부보상의 4대 처신덕목(물망언:헛된 말을 하지 말라. 물패행:패륜 행동을 하지 말라, 물음란:음란한 짓을 하지 말라, 물도적:도적질을 하지 말라)은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드높이는 안전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부보상은 국가 비상시에 군량미를 운반했을 뿐 아니라 상병단을 조직해 강력한 군사력을 발휘했으며 규율과 신의를 생명처럼 지키고 국가에 환란이 생기면 양식제공은 물론 전령이나 치안을 도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보상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유통경제가 부실해지면 생산경제와 소비경제가 가라앉게 마련인 만큼 상인이 유통경제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여건을 진작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침체국면에 처한 한국경제 회생과 관련, “침체국면은 상대적 빈곤과 경제의욕 상실에 기인한 만큼 경제주체들의 일하는 즐거움을 한국인의 전통적 신바람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며 “경제정책 당국은 경제 순리대로 물꼬를 터주는 의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충북 청주 출신인 그는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석사학위를, 건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79년부터 경기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해오고 있다. 지난 1월부터 한국전문경영인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기대 학술진흥원 원장과 한국전통상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한국전통상학회(회장 김갑종 대림대학 경영정보계열 교수)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과 일본ㆍ중국 등의 교수 2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해 매년 2회 연구논문집을 발간하는 한편 연찬회와 현장답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전통상학회는 한국적 상학이론을 개발, 정리하고 회원 교수들이 경상학 관련 전공분야에서 뿌리를 찾는 연구에 힘쓰고 있다. 한국전통상학회는 15일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이훈섭 교수에게 학문연구 성과에 보답하는 학술공로상을 시상하고 ‘부보상을 아십니까’ 책의 출판기념 행사를 갖는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구당 선생님은 학문연구에 몰두한 진정한 학자였으며 무려 36권의 저서를 비롯해 논문 115편, 논단 42편, 논평 12편 등 다양한 연구실적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입력시간 : 2005/06/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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