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쌀 품질개선을 위한 제언

김재복 <농협중앙회 상무>

지난 3월 기획예산처와 한국개발연구원 공동 주최로 향후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가 약 한달간 분야별로 개최됐다. 농어촌 분야에서는 농산물 개방 확대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를 직접지불제로 보상하는 방안과 농촌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증진 방안 등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토론회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과제가 있다. 우리 농업의 체질을 강화해 농산물 개방 확대에 적극 대응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말, 농업 분야에서 최대의 관심사였던 쌀 협상이 끝나고 이제 국회 비준 절차만 남았다. 협상 결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이 2배 늘어나고 올해부터 미국과 중국 등 외국산 쌀이 일반 시장에서도 팔리게 됐다. 이 시점에서 우리 쌀이 수입 쌀에 대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 쌀 농업의 장래는 불투명하다. 특히 농가의 75%가 쌀농사를 짓고 있고 농업 소득의 절반을 쌀농사에서 얻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농업ㆍ농촌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생산비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가격면에서 외국 쌀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결국 품질의 고급화로 우리 쌀 농업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뿐 아니라 도정ㆍ건조ㆍ저장 등 수확 후 처리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역할은 전국에 200개 정도 있는 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이 담당하고 있다. 그만큼 농협 RPC는 우리나라 쌀농업 발전에 있어서 핵심적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농협 RPC는 건조ㆍ저장 능력이 아직 미흡한데다 가공시설도 노후화돼 있는 상태다. 일본의 경우 쌀 생산량의 90% 이상을 기계 건조하고 쌀의 품질 유지를 위해 생산량의 4분의 3 이상을 상온이 아닌 저온에서 저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따라서 농협 RPC 시설의 선진화와 건조ㆍ저장 시설의 확충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농협은 RPC를 통해 쌀 생산량의 60%를 최고급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며 이를 위해 정부가 농협 RPC 시설에 3조원 규모의 투자를 해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우리 쌀의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이를 통해 쌀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한다면 정부는 그 어떠한 농업 투자보다도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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