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권력 투쟁에 밀린 민생

서울 여의도 정가에는 요즘 부쩍 점심ㆍ저녁 모임이 늘었다. 여당이 ‘권력투쟁’의 계절을 맞았기 때문이다. 오는 24일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뽑는 날이다.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파트너 격인 정책위의장을 지명한다. 다음달 18일에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원내ㆍ외 사령탑이 앞으로 40여일 안에 모두 갈리는 권력의 이양기다. 당권은 현재 정동영(DY)ㆍ김근태(GT) 두 전직 장관의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초ㆍ재선의원 모임과 친노(親盧) 그룹이 독자 후보를 내면서 혼잡 양상을 띠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는 김한길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배기선 사무총장과 신기남 전 의장이 막판 고심 중이다. 원내대표가 지목하게 될 정책위의장은 강봉균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중 당권경쟁은 2007년 ‘대선’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끌고 있다. 청와대도 이번 전대에 적잖이 신경을 쓴다.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한 게 ‘대권 수업’을 위한 것이라고 공언했다. GT와 연대 가능성이 있는 유 의원을 기용, 사실상 DY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내 친노 그룹도 이 같은 노심(盧心)을 읽은 것일까. DY계인 김영춘 의원이 40대 기수론을 들고 당권 도전에 나서자 양대 친노 그룹인 의정연구센터와 참여정치실천연대가 각각 김혁규 의원과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를 독자후보로 밀고 있다. ‘비정비김(非鄭非金)’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DY-GT 2파전의 양상을 바꿀 정도의 파괴력은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사실상 반노(反盧) 세력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사이 당권 경쟁은 청와대가 의도했든 아니든 자연스럽게 친노-반노간 경쟁 양상으로 재편돼간다. 의도한 것이라고 해도 당권의 향방에 따라 노무현 정부 마지막 2년의 운명이 결정되는 청와대로서도 대비책 마련은 당연하다. 나아지는 경제지표가 아직 서민들의 가슴에 와닿지 않는데 여권의 수뇌부는 벌써 ‘차기 집권’을 위한 포석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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