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원자재 슈퍼사이클 온다"…투자자금 상품시장으로 몰려

금·구리가격 사상최고치 기록 헤지펀드 외에 연기금도 가세<br>실수요보다 저금리 등이 견인<br>버블·가격왜곡등 우려 잇따라 당국 투기거래 규제강화 나서




금ㆍ구리ㆍ원유 등의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상품시장에서 가격의 20년 이상 장기상승추세를 의미하는'슈퍼사이클(Super-cycle)'론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또 헤지펀드는 물론 뮤추얼펀드, 연기금 등의 투자자금들도 상품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원자재가격의 상승세는 약 달러와 저금리로 인한 현상일 뿐 장기적인 가격상승세를 이끌 수 있는 실질적인 수요증가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투기적 수요자들이 상품 선물계약을 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부 월가의 예상처럼 진정한 '슈퍼사이클'이 찾아올 것인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008년 데자뷰?=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상품 슈퍼사이클 주장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금과 구리가격이 사상최고를 경신했고, 19개 주요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톰슨 로이터 제프리 CRB 지수 역시 300을 훌쩍 넘어 2년 만에 최고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최대의 광산업체인 BHP빌리턴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겉모습은 슈퍼사이클론을 뒷받침하는 데 충분하다고 이 기사는 설명했다. 골드만삭스가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수퍼 스파이크'보고서를 내놓아 파란을 일으켰던 지난 2008년과 일맥상통하는 분위기다. JP모건은 이달 초 신흥국들의 수요가 강력하다며 내년 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신흥국들의 수요증가를 이유로 상품시장 강세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인핸스드 내츄럴 리소스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지 쉐빌리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들은 경제발전 단계상 상품의 수요가 많고, 선진국들은 사회간접자본의 보수나 재구축에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며 "아직도 10년 이상 강력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오니어에서 상품펀드를 운용하는 피터 코니거는 "지금의 에너지가격은 과거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앞으로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격 상승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몰려드는 투자자금= 슈퍼사이클 논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상품가격이 급락하면서 급격히 수그러들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상품애널리스트인 아리타 센은 펀드 등 상품투자자들은 최근 수년간 전에 없는 관심을 보여왔다며 "자금들이 상품시장으로 몰려들었고, 이에 따라 상품이 가장 좋은 대안투자로 각광받게 됐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펀드와 연기금 등이 보유한 상품 투자계약이 활황기였던 2008년 중반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투자자들이 보유한 상품 선물계약은 12% 증가했고, 전체 규모는 2008년 6월보다 17%나 많다는 것이다. 또 이들 투자자들의 강세에 대한 베팅도 늘고 있다. 원유선물에서 이들 투자자들의 강세 베팅은 16%로 2년 전에 비해 3%포인트 높아졌다. 은과 구리에 대한 강세 베팅은 무려 58%, 52%에 달한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1,212억 달러의 투자자금이 상품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투기수요 차단 부심= 이처럼 투자자금들이 상품시장으로 몰려들면서 버블이나 가격왜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별다른 수요의 변동이 없었음에도 면화와 은의 가격이 올들어 60%나 오른 것이 대표적이 예다. 바트 칠튼 CFTC 위원은 "헤지펀드, 인덱스 펀드, 연기금 등의 투기성 자금이 맹렬한 속도로 상품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며 "투기자들로 인해 상품가격이 왜곡되면 소비자들이 실제 지불해야 하는 가격 보다 더 지불하게 된다"며 투기자들에 의해 전체적인 가격상승은 아니더라도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FTC는 도드 프랭크 법에 따라 내년 1월까지 상품시장 투자자들에 대한 규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실 수요자가 아닌, 투기적 거래자에 대해 에너지나 금속투자 선물계약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CFTC는 이 같은 규제의 실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청회 등 실무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CFTC가 지난 2008년에도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선까지 치솟자, 투기행위를 조사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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