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종전 30년 베트남의 자부심

김현수 기자 <산업부>

“2년 전 아시안컵 축구 예선에서 한국을 이긴 것이 시작이다. 앞으로 15년이 지나면 한국을 충분히 앞지를 수 있다.” 통일 30주년을 하루 앞두고 베트남 국기인 ‘황성적기’가 나부끼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거리에서 만난 베트남 대학생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돈으로 900만원이나 하는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이 학생의 얼굴에는 가난한 국가의 어두운 그늘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 500달러가 채 안되는 베트남이 최근 동남아시아 허브 국가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지난 65~75년 거대강국 미국과 10년이 넘는 전쟁을 치르면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인재들을 해외로 보냈을 정도로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 마인드. 중동 지역에 버금가는 석유자원. 미국을 물리쳤다는 국가적 자부심.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개방개혁정책 ‘도이머이(개방)’ 도입 이후 베트남은 연간 8%대의 경제성장을 보였고 이제는 세계경제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 중이다. 하루 1,000명의 한국 관광객이 찾는다는 베트남 최대 관광도시 하롱베이에서 처음 듣는 말은 어린 잡상인의 ‘원달러’. 마치 ‘기브 미 초콜릿’을 외치던 60년대 한국의 모습쯤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들은 원달러를 차곡차곡 모아 집안 식구 가운데 한명을 베트남의 최고 명문인 하노이공대(HTU)로 보내고 또 다른 한명은 국가를 위해 군대로 보낸다고 한다. 기자를 안내했던 가이드는 “베트남 사람들은 이곳 언어로 ‘실리온(미안하다)’이라는 말을 좀처럼 내뱉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무리 곤란한 상황에 처해도 기껏해야 ‘같은 생각이다’라는 말 정도로 끝낸다는 설명이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쯤으로 보이겠지만 그 속내에는 ‘미안하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묘한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15년만 기다려보라”는 베트남 대학생의 표정에는 인도차이나와 동북아를 잇는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의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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