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류업계 상품 대히트땐 기업운명 바뀌는 “드라마”

◎조선맥주·보해양조/하이트·김삿갓 무기/입맛차별화에 성공/OB·진로 아성 일격/만년 2위 설움 벗어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는 시장여건속에서 각 기업들은 소비자를 만족시킬만한 히트상품을 내기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막대한 개발비용이 소요되는 신제품은 성공을 담보할수 없어 위험부담이 크기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심혈을 기울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품이 시장진입에 실패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존폐까지 좌우할 수 있는 반면 오히려 대히트를 치면 기울어져 가던 기업운명도 일약 유망업체로 뒤바꾸는 결과를 야기한다. 대표적인 경우를 주류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30여년간 만년 2위자리에 머물러 있던 조선맥주가 지난해 OB맥주를 극복하고 맥주판매량 1위에 등극하는 대드라마를 연출해낸 것. 그 원동력은 「하이트맥주」에 있다. 지난 91년 박문덕 현 사장이 취임하면서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소비자들 입맛을 겨냥한 브랜드 전략을 전개, 하이트맥주를 선보였다. 지난 93년 선보인 하이트맥주는 여러변수도 많았지만 조선맥주가 암반수를 원수로 사용한 점을 부각시키면서 「깨끗하고 신선한 맥주」라는 사실을 강조, 특히 주류부문에 관한한 보수적으로 평가되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바꾸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낸 것이다. 강력한 마케팅을 곁들인 결과 조선맥주의 시장점유율은 90년 30%에 불과하던 것이 하이트가 선보인 93년 30.7%에서 이듬해는 35%로 껑충 뛰었고 95년 41%, 96년 43%로 급성장하면서 마침내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감격을 맛본 것이다. 만년 1위에 안주하다 하이트맥주에 일격을 당해 휘청거리던 OB맥주는 지난 95년 7월 「OB라거」를 내놓고 대 반격에 나서고 있다. OB맥주는 하이트 공세에 대처키위해 94년 3월 「아이스」, 그해 10월에는 「넥스」를 잇따라 내놓고 소비자들의 입맛을 붙들기위해 안간힘을 기울였으나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OB맥주는 하이트맥주와 차별화된 정통 라거타입의 OB라거를 95년하반기부터 내놓으면서 기사회생, 시판 4개월여만에 1천만상자(상자당 5백㎖ 20병)를 돌파는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지난해말부터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장을 급속히 장악하며 하이트의 위세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두꺼비」 진로의 장벽에 가로막혀 만년 움츠려있던 보해양조는 지난해 벌꿀소주 「김삿갓」을 시판하면서 소주부문에서 프리미엄시대를 개척하면서 기업위상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 다른 주류에 비해 획일화돼 있던 소주의 맛 변형을 통해 니치마켓을 창출하는 것이 변신의 힘이라는 판단아래 보해양조는 벌꿀을 첨가제로 사용, 독한 것을 특성으로 하는 소주의 맛을 다소 부드럽게 전환시킨 것이다. 보해는 제품시판 1개월만에 1백만병(3백60㎖)을 파는 쾌거를 올리면서 지난한해 동안 4천만병을 판매, 시장점유율을 8%대에서 9%대로 높이는 성과를 어었다. 이로인해 95년 2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보해는 96년 37억5천만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남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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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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