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과 자본주의 세례를 받은 중국의 지식인 사회가 새로운 부유층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과거엔 군자고궁(君子固窮: 군자는 곤궁함을 잘 견딘다), 학이우즉사(學而優則仕.배워서 뛰어나면 관직에 나아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식인은 항상 가난과벼슬길 사이를 오갔으나 신중국에선 이것도 옛말이 되고 있다.
현재 중국사회의 대학교수, 작가, 예술가 등 지식인 인구는 3천8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1천만명이 민영기업 및 자영업을 운영하면서 부를 축적해나가고 있다.
홍콩 문회보(文匯報)는 4일 중국이 초기 개체호(個體戶)라 불린 자영업자에 이어 향진 기업주, 중간상, 부동산 및 무역상, 민영 제조업 기업가 등에 이어 신지식인이라는 6세대 부유층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석.박사 학위와 전문지식을 보유한 이들은 대부분이 60∼70년대에 태어난 청.장년층으로 시장경제의 세례를 받으며 자라나 개혁.개방의 황금기에 성년을 맞아 재테크에 능동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 리춘링(李春玲) 부연구원은 "중국 전통문화에서지식인은 대부분 인문학에 집중된 문화인이었으나 최근에는 이공계, 경제.경영, 전문기술인도 지식인으로 분류돼 있다"고 말했다.
리 부연구원은 "80년대말 90년대초엔 지식인들이 직접 창업하는 일이 많았으나이젠 지식인들이 자신의 지식을 지적재산권으로 바꿔 과학연구 프로젝트를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에선 교수들이 직접 기업을 창업하거나 기업체 고문이나 사외이사직을 겸직하기도 하고 자신의 대학원생들을 이끌고 기업을 위한 연구개발을 수주하는 일도 늘어났다.
베이징대 법학박사 출신의 후융인(胡戎恩.35)은 창업형 지식인으로 분류된다.
현재 상하이 정법대학 법학교수인 후융인은 앞서 5년간의 법관을 지낸후 고향인원저우(溫州)에서 수력발전회사를 차려 큰 돈을 번 이후 부동산 개발회사인 상하이어우천(歐晨) 유한회사 이사장을 지내고 있다.
그는 기업운영에도 불구하고 학문을 계속 병행해온 후 교수는 "돈을 버는 것이인간의 독립성과 존엄성을 보호하는 방법"이라며 돈을 번 이후 천하의 인재를 모아학문을 토론했던 제나라 맹상군(孟嘗君)처럼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 전문 경영인으로 나서거나 금융기관의 이코노미스트를 맡기도 하고 있으며 신문이나 잡지 등에 글을 파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지식인도 적지 않다.
중국경제의 급팽창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문화 소비가 크게 늘고 다변화되면서 이들 지식인은 중국의 급격한 자본주의화에 발맞춰 `지식상인(儒商)'으로서 새로운 부를 창출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