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간복제가 가져올 미래의 충격

■두려운 미래 친근한 미래 후안 엔리퀘즈 지음/ 럭스미디어 펴냄 “우리는 벌레에서 인간으로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우리중 많은 부분이 여전히 벌레이다” 19세기말 독일의 철학자 니이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란 책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신은 죽었다`며 `인간의 이성이 발달하면서 신의 존재는 실존적 자아를 찾아가려는 인간의 노력 앞에 죽을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의 예언이 적중한 것일까. 지난 90년 시작된 인간게놈 프로젝트(HGP)에 따라 올초 미국 영국 프랑스 등 6개국 공동프로젝트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게놈은 염기수가 30억개, 유전자수는 2만6,000~3만8,000개 정도로 유전자의 경우 초파리 1만3,000개의 배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인간의 유전자중에서 쥐와 대응하기 않는 유전자는 불과 300개에 지나지 않고 두 종의 유전자 서열의 85%는 놀라우리만치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연구가 주는 충격이 빠르게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지난 96년 영국에서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면서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유전자 연구는 이제 동물 실험을 넘어 인간에 대한 연구로 진행되면서 인류사에 엄청난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말 인류 최초의 복제 인간 `아담`의 탄생을 주장,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창시자 라엘이 최근에는 클로네이드사에 인공자궁 개발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인공자궁의 개발이 성공할 경우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인간의 `대량 생산ㆍ선택적 생산`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 아직까지 그들은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인류 앞에 놓인 최초이자 최대의 과제인 `유전자 혁명`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다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이번에 나온 책 `두려운 미래, 친근한 미래(As the Future Catches You)`는 유전공학이 가져올 산업상의 변화와 사회문화적인 파장을 다루고 있다. 미래의 어느날 유전공학이 일반화된 기술로 정착될 경우 비즈니스 세계는 어떤 영향을 받고, 개인의 삶과 일상, 건강과 재산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며, 나아가 도덕적ㆍ윤리적으로는 어떤 문제들이 생길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다른 전문서적과는 달리 유전공학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한 문장과 다양한 서체, 흥미로운 통계수치 등을 적절히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저자인 후안 엔리퀘즈는 미국 하바드 경영대학원의 생명과학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연구소장으로서 생명과학 혁명이 가져올 인간 사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학제적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과학자들이 생명공학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는 복제동물이나 복제인간을 통해 인간의 유전병이나 난치병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여러 장기들을 대량으로 생산하거나 이와 관련된 새로운 의약품 생산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다국적 제약ㆍ생명공학 회사들이 이미 특이 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다량으로 확보해 상품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한다. 국가들도 생명공학 연구를 적극 독려하고 있는데, 이는 산업투자나 정보통신 투자에 들어 갈 돈에 비해 유전공학 연구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나게 적기 때문이라는 것. 10년전 최근까지 인간 게놈을 배열하는 데는 30억달러가 들었지만 오늘날 포유동물의 게놈을 배열하는 데는 수개월내 3,000만달러면 족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유전공학 연구와 관련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인간 게놈의 각각의 기능과 상호연관성은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으며, 제약 업체들이 게놈 연구 성과를 본격적으로 상업화하는 데는 약 10~15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 저자는 그러나 이보다 더욱 큰 문제는 신의 창조 영역과의 관련된 것이라고 말한다. 어미나 아비 한쪽만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나일까 아닐까. 동생일까 아니면 아들일까. 만약 마돈나의 유전자가 복제돼 다시 태어 난다면 그의 유산에 대한 청구권은 어떻게 되는가. 대체 장기와 좋은 유전자로만 만든 신인류가 나온다면 기존의 인간들과는 어떻게 다른가.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인류의 기본적인 가족관계ㆍ사회구조ㆍ소유관계가 몽땅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결국 복제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과학 그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류는 이제 생명 복제라는 경이적인 과학적 성과를 통해, 다시 한번 인간 정신의 내면을 되돌아봐야 하는 `정신 혁명`의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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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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