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時機尙早 집단소송제 도입

09/14(월) 18:18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선지도 9개월을 넘어섰다. 그동안 IMF나 세계은행(IBRD)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서 각종 개혁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 IMF지원국 가운데서는 모범국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프로그램중에는 우리 현실에 맞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것도 있다. 특히 미국식의 시장경제를 강제적으로 접목하는 과정에서 국제적으로도 논란을 빚고 있는 것들이 한 두건이 아니다. 이번에는 IBRD가 20억달러에 달하는 구조조정차관 지원조건으로 집단소송제 도입과 기업이사회내 감사위원회 설립, 각종 연기금의 민간운용 등을 요구,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IBRD는 올해초 한국에 대해 총 10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내년까지 공여키로 했다. 이중 올해안에 지원되는 차관은 70억달러로 현재까지 50억달러가 들어왔다. 나머지분 20억달러에 대해 IBRD가 「꼬리표」를 붙인 것이다. IBRD의 요구조건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가 바로 집단소송제다. 일반적으로 집단소송제란 피해자(주주가 아닌 누구나 가능)가 해당기업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 승소할 경우 똑같은 피해를 본 사람도 별도의 재판없이 보상받는 제도다. 집단소송제는 그 취지는 좋으나 남용될 경우 자칫 기업에는 엄청난 타격이 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과 성형수술에 사용되는 실리콘 부작용 소송이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소송에 대비, 별도로 자금을 유보하고 있어 위기극복이 가능했다. 정부는 집단소송제의 범위를 축소한 주주 집단소송제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 집단소송제는 주주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길 경우 나머지 주주도 재판없이 보상받는 제도다. 보상금이 주주가 아닌 기업에 돌아가는 기존의 대표 소송제와는 다르다.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때 집단소송제 도입은 너무 빠른 감이 없지않다. 각 나라에는 그 나라 고유의 가치관과 정서가 있다. IMF 사태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소액주주들은 주주총회나 경영에서 소외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에 대한 지분율을 1%에서 0.05%로 낮추면서, 또 올들어 지난 5월에는 0.01%까지 대폭 떨어뜨림으로써 소액주주들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제일은행 소액주주들이 한보그룹에 대한 부실대출과 관련, 은행의 구(舊) 경영진들을 상대로 한 1심소송에서 승리, 은행의 대출관행에 제동을 걸기까지 했다.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차츰 개선돼 가고 있는 판국이다. 여기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면 혼란도 예상된다. 개혁도 좋지만 현실에 맞아야 한다. IBRD의 요구는 원칙론으로서 시기적으로 이르다. 정부안(案)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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