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부종금/‘평가손 줄이기’ 편법 결산

◎보유주식 은행신탁계정에 변칙 위탁/시가아닌 ‘장부가액’으로/기타예금 계정으로 분류/주식매매손 1∼6억 불과일부 종합금융사들이 96년 반기결산(지난해 12월말)에서 주식평가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보유주식을 은행에 변칙 위탁처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원이 해당 종금사와 은행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종금업계에 따르면 N종금과 S종금은 당기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은행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한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실제가격보다 높은 장부가격으로 매입토록 해 주식평가손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N종금은 작년 12월말 현재 주식투자규모가 5백94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보다 4백34억원 감소했으나 주식매매손은 8천4백만원에 불과했다. S종금도 지난해 12월말 주식투자 규모가 5백88억원으로 6개월만에 3백78억원이 줄었으나 주식매매손은 6억원 정도로 미미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중 주가하락에 따라 종금사의 보유주식매각 추정손실률이 20∼40%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종금사가 정상적인 시장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이들 종금사의 기타예금 규모가 작년말 현재 각각 1천9백47억원, 1천7백27억원으로 전환종금사중 1, 2위를 기록해 이들이 취득주식 일부를 은행 특정신탁에 장부가격으로 위탁, 이를 기타예금계정으로 처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종금사들이 은행특정신탁을 통해 보유주식을 변칙처리하게 되면 기타예금계정의 자산이 늘어나게 되고 주식평가충당금은 적립하지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또 특정신탁에 위탁한 주식은 그대로 보유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은행 특정신탁계정은 고객이 맡긴 예금을 고객이 지정하는 부문에 투자하는 형태의 신탁으로 은행의 의사결정과는 별도로 움직이는 계정이다. 은행은 고객의 의사대로 자금을 운용하고 수수료만 받는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손익구조가 좋지 않은 일부 은행과 종금사들이 주식평가손을 줄이기 위해 특정신탁에 주식을 변칙적으로 맡기거나 타금융기관과 주식옵션거래 등을 하는 방안을 중점 검토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금융기관들은 이를 실행에 옮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경원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결산처리를 변칙적으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산의 적정여부에 대한 검사와 함께 변칙처리 사실이 드러나면 엄중문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기형> ◎분식결산 어떤게 있나/특정금전신탁에 돈 맡긴후 투자대상 지정­방법1/은행계정에 자금위탁… 자기주식 매입 요청­방법2/장외거래… 감독기관 등 외부노출 위험도 일부 종금사들이 주식평가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은행 신탁을 이용한 사실은 비단 종금사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로 각 금융기관들이 보유주식에 대한 대규모 주식평가손이 발생, 평가손 충당금 적립부담으로 대규모 손실발생이 예상되자 유사한 방법을 동원해 평가손을 줄이려 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종의 분식결산으로 볼 수 있는 이같은 사례는 비단 종금사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사 등 전 금융기관이 실제 실행여부와는 별도로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법1=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한 방법은 가장 「원시적인」방법이다. 원시적이란 이 방법이 비교적 간단해 「분식결산혐의」로 감독기관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다. 특정금전신탁이란 고객이 맡긴 금전으로 고객이 지정하는 주식 등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은행 신탁계정의 한 종목이다. 예를 들어 이 분식방법을 설명하면 종금사는 은행 특정금전신탁에 10억원을 맡긴다. 종금사는 은행과의 계약을 통해 이 돈으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사 달라고 한다. 물론 종금사 보유주식은 시가가 장부가에 훨씬 못미치는 주식으로 은행은 종금사가 맡긴 돈으로 종금사 보유주식을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매입한다. 종금사는 자신의 주식을 장부가로 매각했기 때문에 평가손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만큼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또 은행은 이같은 거래 취급을 통해 수수료를 챙긴다. 특정금전신탁은 은행 주식평가손에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거래상대방과 결산시점이 동일해도 상관없다. 「꿩먹고 알먹고」식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같은 주식거래가 장외거래를 통해야 하므로 관계당국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시가보다 높은 장부가로 매매를 해야하기 때문에 장내거래는 할 수 없고 장외거래는 모두 관련기관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익이 있는 만큼 위험도 있는 셈이다. ◇방법2=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한 방법이 위탁기관의 자금으로 위탁기관의 보유주식을 사는 만큼 노출될 측면이 큰 반면 이 방법은 자금줄과 주식매입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즉 위탁기관은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이 아니라 일반 신탁상품 또는 은행계정 상품에 자금을 맡긴다. 그리고 은행은 위탁기관의 보유주식을 계약대로 장부가로 매입한다. 돈에 꼬리표가 없는 만큼 은행이 위탁기관의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외면상 이같은 매입행위는 은행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투자행위로 위장될 수 있다. 이같은 거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결산시점이 서로 달라야 한다. 결산시점이 동일해서는 거래 상대방중 한쪽은 평가손으로 고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행은 12월 결산법인이고 종금사는 6월결산법인이라면 종금사가 은행에 이같은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보유주식을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만 맡아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대신 이에 따른 비용 또는 취급수수료는 당연히 종금사가 부담한다. 그러나 이 방법도 장외거래를 취해야 하므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 ◇불법여부=이같은 거래 자체는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금융상품의 특징과 거래관행을 이용한 거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이같은 「주식옵션부 거래」는 일반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사례는 선물거래와 유사한 투자행위의 일종으로 우리 금융기관들이 검토한 방법과는 동기부터 다르다. 결국 각 금융기관들이 실제 손실규모를 줄이고 이익을 장부상으로만 늘렸다는 점에서 「분식결산」으로 비난받을 소지는 충분하다.<안의식·이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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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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