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목요일 아침에]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조건

박시룡 <논설실장>

동북아중심국가 전략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FEZ)이 제도적 뒷받침이 허술한데다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경제자유구역의 깃발을 올린 지 일년이 지났지만 아직 세계 일류기업들로부터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3개 경제자유구역 중에서 가장 유망한 인천경제자유구역만 해도 현재 약정서 체결까지 합쳐 10건에 206억달러의 외국인투자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대부분이 부동산개발 관련 투자이고 첨단기술 또는 세계적인 물류서비스망을 갖춘 일류기업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동북아 허브공항과 항만을 끼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지리적 여건면에서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일류기업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흥미롭다. 비싼 땅값, 까다로운 행정규제, 그리고 후진적인 노사관계 등이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조차 입주를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외국기업들이 주저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말이 경제자유구역이지 우리나라의 열악한 투자환경을 고스란히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일류기업들 관심 저조 우선 경제자유구역법 자체가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자유구역법이 다른 법에 우선토록 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주무장관인 경제부총리는 10여개 관련부처 장관의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관련부처는 관련 법률을 위배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경제자유구역법은 기존 법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외국기업 유치보다 관련부처와 씨름하는 데 진이 빠진다는 게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중앙정부의 낮은 관심도 문제다. 기반시설에 대한 국고지원율이 50%에 불과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환경을 만드는 일이 벅찰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경제자유구역청이 지방자치단체의 출장소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지방사업쯤으로 여겨지고 국가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경제자유지구를 만드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외국병원이나 대학을 유치하는 문제를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는 데서도 경제자유구역의 딜레마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푸둥, 홍콩, 싱가포르 등과 경쟁하기 위해 첨단 지식정보도시를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연구개발의 집적지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일류대학의 유치가 필요조건이나 다름없다. 믿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와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곳에 세계 일류기업들이 들어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병원이건 대학이건 장사가 돼야 들어온다는 것은 상식이다. 규제와 정서로부터 자유가 관건 우여곡절 끝에 한국사람들도 외국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병원 문제는 한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병원 수를 1~2개로 제한하고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오는 외국대학에 한국학생의 입학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병원과 마찬가지로 위화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에 세계 일류대학이 들어오면 일년에 십수만명씩 해외유학을 떠나고 기러기가족이 외국신문에 대서특필되는 우리의 절망적인 교육현실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질 좋은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것은 괜찮고 경제자유구역은 문제가 된다는 시각은 단견이다. 모든 규제와 정서에 끌려다니다 보면 경제자유구역은 신도시쯤으로 전락될지도 모른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는 꼴이 돼서는 곤란하다. 뉴욕은 흔히 미국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뉴욕 없는 미국은 생각할 수 없다. 홍콩도 비슷하다. 홍콩, 뉴욕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 하나가 그 나라에 가져다주는 이득은 엄청나다. 경제자유구역은 애당초 중국의 홍콩이나 미국의 뉴욕 같은 곳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규제왕국에서 해방돼야 할 뿐 아니라 평등의식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갯벌을 매립한 6000여만평쯤을 없는 땅으로 여기는 큰 안목이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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