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진화하는 시장에 뒤처진 정부

이연선 기자<부동산부>

정부는 지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시장을 길들이겠다고 지금까지 정부가 쏟아낸 정책만 수십 개. 어찌 된 노릇인지 시장은 정부 뜻과 계속 다른 방향으로만 반응한다. 이번에 발표한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도 그런 범위에 들어간다. 서울 민심을 달래기 위해 준비한 선물이지만 반가워하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알맹이는 없고 포장지만 요란하다”는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정부야 서운하겠지만 정책에 매번 도돌이표가 달리다 보니 시장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과 달리 시장은 제 나름대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부유층의 투자 관심대상을 보면 정부가 공들여 막아놓은 길과 무관하게 그 위로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모양새다. 최근 한 건설회사가 강남 서초동에 분양한 오피스텔은 평당 분양가가 최고 2,900만원이나 됐지만 마감 전 분양이 끝났다. 아파트나 주상복합이 아닌 ‘오피스텔’이고 국내 오피스텔 사상 가장 비싼 값이었지만 절찬리에 팔려나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외국산 마감재를 가지고 피카소, 샤갈 등 유명 화가의 화풍과 색채에 맞춰 꾸민 아름답고 완벽해 보이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분양소장의 말을 빌리면 분양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덤으로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1가구2주택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다른 건설회사가 다음달 용인에 분양할 계획인 골프 빌리지도 비슷한 경우다. 재일교포 3세인 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한다는 골프 빌리지는 집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베란다로 나와 그린 위에 골프공을 얹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골프장 조망권을 갖는다. 분양 전부터 시장의 좋은 반응이 감지되자 건설회사는 분양가를 소폭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골프 빌리지 역시 콘도미니엄으로 분류돼 1가구2주택 규정과는 무관하다. 정부의 주택정책이 막고, 틀고, 끊는 답답한 행보를 보이는 반면 주택상품은 더욱 다양해지고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 또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언제까지나 시장 조정자 역할을 자청하면서 그 위치를 인정하라고 시장에 강요할 수는 없다. 이미 현실에 치인 정부는 지쳐보이고 뒤져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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