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혐의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이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북핵 6자회담이 장기간 공전할 전망이다.
새해 들어 미국 외교당국자들의 대북 발언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위폐 제조 등 개별 행위에 대한 언급에 이어 북한 정권 자체에 대한 비판목소리까지 나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위험스러운 정권”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억제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범죄정권’ 발언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미국 외교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있다.
이에 앞서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올해 첫 정례브리핑에서 북한노동신문 논평에 대해 “또 하나의 지연 구실”이라고 북한의 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위폐와 돈세탁의 우려로부터 미국 화폐를 보호하는 일은 중요하고 정당한 일”이라고 가세했다. 미국의 이 같은 대북압박은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 소속 금융범죄 단속 관계자들이 오는 20일을 전후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의 위폐 제조 행위에 대한 보다 확정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미국은 앞으로도 위폐 유통 등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마카오 경우 처럼 금융제재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불법행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단호한 만큼 북한도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북한의 평양방송은 6일 “미국이 진실로 6자회담의 재개와 진전을 바란다면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 대한 금융제재 해제를 위한 실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미국의 도전적인 제재 속에서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6자회담에 관계없이 불법행위는 엄단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맞서고 있다.
북미간 입장의 교집합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6자회담도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당장 5차 2단계 6자회담이 언제쯤 열릴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이달 중순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새로운 대북전략 및 6자회담 재개 모멘텀이 만들어질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