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표 의식한 정책은 위기 초래 특혜요구에 흔들리면 안돼"

[서울포럼 2010 결산] 석학들이 조언하는 한국 정치 역할론


"지난 1960년대 미국 정치인의 표 욕심이 오늘날 세계 경제위기를 불렀다." '서울포럼'은 2010년 한국 정치가 귀담을 만한 많은 조언들을 남겼다. 정치를 잘해야 위기를 넘어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한국 정치에 던진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해외 각국에서 날아온 석학들은 저마다 자국의 정치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지적했다. 특히 1960년대 표를 의식해 내놓은 미국 주택대출 완화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불러왔다는 지적은 부동산에 매달리는 한국 정치와 닮은 꼴이다. ◇정치의 나쁜 예=표를 의식한 한 번의 선택이 가져온 실패는 한국만이 아니었다. 라구람 라잔 미 시카고대 금융학 교수는 "미국의 약점은 정치"라며 "이 때문에 미국 경제위기가 초래됐고 이는 전세계 위기로 넘어갔다"고 일갈했다. 라잔 교수는 그러면서 50년 전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완화 정책을 예로 들었다. 그는 "1960년대와 이후 클린턴ㆍ부시 정부 및 의회는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아무리 가난해도 집을 장만하게 했는데 이는 집값에 거품을 몰고 왔고 결국 이번 금융위기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모든 정권이'내 집 마련'을 공약했지만 섣부른 정책으로 집값만 올려놓은 한국이 주목할 대목이다. 한국 정치를 향한 쓴소리도 있었다. 기 소르망 프랑스 파리정치대 교수는 "외국인투자가는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고 한다"면서 "법이 투명하지 않고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인 여론에 휩쓸린 정치적 결정이 가져오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꼬집은 것이다. ◇정치의 좋은 예=반면 정치가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게 한 예도 있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보호한 경우다. 판강 중국국민경제연구소장은 세계 경제위기에 중국이 흔들리지 않은 비결로 유권자를 현혹하지 않는 경제정책을 꼽았다. 그는 "중국은 지난 30년간 경기과열을 우려해 자기 조정을 유지해왔다"면서 "경제 성장률 목표는 너무 높지 않게, 지방정부의 지출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게 했다"고 소개했다. 근거 없이 높은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목표, 호화청사 논란 등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로 몸살을 앓는 한국 정치가 간과한 부분이다. 업계의 '특혜' 요구에 흔들리지 않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독일의 칼 한 폭스바겐 명예회장이 반대한 자동차 세제혜택이 그것이다. 그는 "세제혜택이 끝나면 그뿐이고 전체 시장의 파이가 늘어나지 않는다"면서 "끔찍한 금융위기조차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판 강 소장 역시"세제개혁으로 공기업 순익이 민간소비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년 자동차 업계와 공기업 등에 세제혜택을 끊지 못하는 한국 국회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정치의 무한한 힘에 주목=서울포럼의 연사들은 정치가 지닌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치는 비웃음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의 원천이라는 얘기다. 그들은 한국 정치에 독과점을 막고 규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주문했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한국식 정치'에서 벗어나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도 했다. 소르망 교수는 "국회의원 등 한국의 선출직 공직자가 부드러운 합의를 이끄는 역할을 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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