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출총제·금산분리 논란 다시 부상하나

"강북개발 필요"..부동산 해법도 관심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산분리 원칙을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면서 이를둘러싼 논란이 다시 한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나 금산분리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등을 비롯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입에서 그동안 여러차례 언급된 바 있다. 특히 박 총재의 이날 발언은 최근 한국사회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양극화를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 양극화 해소 위해 '바꿔야' 박승 한은 총재가 이날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금융산업분리 원칙을 재검토해야한다고 발언한 핵심에는 양극화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데 민생 경기는 1997년 외환위기를방불케 하는 양극화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한 위기감의발로였다. 박 총재는 "한국경제가 생산성을 기준으로 놓고 전개되는 구조조정에서 양극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 등 업종과 중소기업.자영업.농업 등 업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또 "최근 4년간 가계소득이 1%씩 늘어나는 동안 기업의 소득은 50%씩늘어났다"며 "하지만 기업의 소득이 가계로 환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기업과 가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의 투자를유도하고 이를 통해 가계의 수입이 증대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총재는 또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산분리 원칙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요지의 발언도 했다. 박 총재는 "재벌들이 과도한 부채를 통해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대에는 이같은제한이 필요했지만 생산성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요즘엔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금산분리 원칙 '재검토' 박 총재는 이날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 중 하나로 참여정부의 핵심적 정책 중 하나인 금산분리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총재는 "외국자본에 대한 국내 자본의 역차별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금산법 문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금산분리 원칙을 놓고 윤증현 금감위원장과 한덕수 경제부총리간에 세워진 대립각이 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윤 위원장은 최근 "경쟁이 치열한 국제금융시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제한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특히 앞으로 은행을 인수할수 있는 자본은 외국자본과 국내 산업자본밖에 없는데 국내 산업자본이 밉다고 해서외국자본에 은행을 내줄 수만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금융시장의 효율성 및 산업자본에 대한 기회의 평등 문제에서 금산분리 원칙이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셈이다. 한 부총리는 윤 위원장의 발언이 불거진 이후 "윤 위원장의 발언은 장기적으로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금산분리 문제는 현재로선 아무런 정책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이상 인수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 ◇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논란 '재점화' 박 총재는 이날 대표적 재벌정책인 출총제에 대해서도 완화 혹은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과감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최근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출총제 폐지 의견을 밝히면서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임기 만료를 앞둔 중앙은행 총재가 '소신 발언'을 한 것이 앞으로 어떤파급효과를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강 의장이 발언 직후 정치권에서 출총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총재의 발언으로 인한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덕수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관료들이 '대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출총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어박 총재의 발언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즉, 참여정부가 재벌개혁의 기치로 내걸었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올해로마감되는 만큼 당연히 출총제의 재검토가 필요하고 현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결국 완화 혹은 폐지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원칙론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다. '경제검찰'로 출총제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던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수차례에 걸쳐 "시장자율감시체제가 정착됐다고 판단되면 출총제에 대해서는 폐지를 포함해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달초 당정이 합의한 출총제 완화 방안에 대해 재계에서 불충분하다는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박 총재의 이날 발언은 재계 입장을 대변한 꼴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출총제는 자산 6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회사자금으로 다른 회사 주식을 보유할수 있는 총액을 순자산의 25%로 제한하는 제도다. ◇ 부동산 해법도 논점 부동산 문제에 대한 박승 총재의 인식도 눈길을 끌었다. 우선 박 총재는 "강남 지역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 집값 상승으로 국민계층간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대개혁을 통해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 문제를 질적인 문제로 풀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재 시장이 원하는 수요는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주택과 생활 환경에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신도시를 추가 건설하는 등의 방법이 아니라 강북지역을 개발해 고급스러운 주택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공영개발이 쉽도록 유도하고 세제를 정비해 부유한 구와 빈곤한 구간의 균형을맞춰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시를 단일 학군으로 하는 교육과 관련된 개선안도 제시했다. 박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가 8.31 부동산 대책이 결국 강남 등 일부 지역의부동산 급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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