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사태,신한국병 근치 계기로(경제 앞이 안보인다)

◎신경제·실명제 용도폐기… 21C비전 “감감”/진짜 사정·「역사바로세우기」 작업 이제부터「한보사건은 신한국병의 집약이다.」 갈수록 대담하고 교묘해지는 수법으로 유착한 부패권력과 천민자본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썩어 문드러진 정치권, 「복지안동(바짝 엎드려 눈알만 굴리는 모습)병」에 걸려 힘센 사람이 조금만 눈을 부라려도 미리 알아 기면서 「책임없다」만 외치는 경제관료와 은행장들, 최선을 다했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신뢰받지 못하는 검찰. 지난 4년간 김영삼정부가 소리높여 외쳐온 「신한국 건설」이 한보사건이라는 하수구를 통해 신한국병으로 변질돼 쏟아져나왔다. 현직 대통령의 친자가 온갖 의혹 속에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국민들은 냉소만 보내고 있는 것도 신한국병의 한 증세다. 문제는 이같은 신한국병의 치유가능성이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길한 예감이 점차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가 모두 21세기를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는 판에 한국경제의 지향을 차분히 준비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김영삼정부 초기 의욕적으로 제시된 신경제 1백일계획, 5개년계획, 장기계획 등 신경제 시리즈는 용도폐기된지 오래다. 공허한 신경제 시리즈가 유명무실화된 후 당장의 종합대응은 물론 21세기 한국 경제의 장래에 대비하기 위한 작업마저 어느 곳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금융실명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실명제는 당초 투명한 경제활동을 목표로 했으나 「한보사건 사과상자」에 철저히 농락당하면서 무용지물이라는게 드러났다. 사실상 차명거래를 허용하고 있어 그물을 찢고 달아나는 큰 고기는 외면한 채 피라미만 옭아매는 금융실명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금융실명제를 대통령 긴급명령 형태로 4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는 것을 차제에 정식 입법절차를 통해 정상화하면서 금융실명제의 방향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년 동안 해온 사정과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이 부메랑이 돼 이제는 현 집권세력에 대한 전면적인 사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일 정도로 상황은 반전됐다. 한보사태가 철저히 분해돼 새 역사의 지침으로 각인될 때만 희망이 있다는 역설이 필요하다. 「삼각파도가 몰아쳐올 때 후퇴하는 배는 반드시 전복되고 살 길은 오로지 파도의 중심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뿐」이라는 선원들의 예지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한보사태는 백지상태에서 신한국병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무엇이든 이를 잘라내겠다는 각오를 보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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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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