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 조기회복론을 경계함/박진근 연세대 교수(송현칼럼)

금년 3·4분기 내지 4·4분기부터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몇몇 기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지난해 2·4분기 이래 급경사의 경기하강국면에서 많은 어려움에 시달려온 우리의 기업, 가계 및 정부부문에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경기의 조기회복전망을 가능케 하는 주요 요인은 2·4분기 들어 나타나고 있는 수출의 증가세와 일본엔화의 강세전환인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금년 1·4분기만 하더라도 6%나 감소했던 수출이 4월과 5월들어 각기 7%와 4%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증가 중에서도 특히 전망과 관련하여 관심을 끄는 것은 수출총액의 70%를 점하고 있는 중화학공업부문의 수출증가세이다. 95년 2·4분기이래 진행된 일본엔화의 약세현상은 금년 4월중 2차에 걸쳐 이루어진 달러화 안정을 위한 선진 7개국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강세로 전환됐다. 그 결과 금년 4월말 달러당 1백30엔을 위협하던 엔·달러화 환율이 5월중 1백10엔대로 급락한 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기회복전망의 허실과 그것이 우리 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선 2·4분기중의 수출동향만으로 경기의 조기회복을 기대하는 데에는 많은 무리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의 경우 1·4분기만 하더라도 20%에 달했던 수출증가율은 2·4분기에 3%대로 급격히 둔화된 후 3·4분기와 4·4분기중에는 각기 마이너스 8%와 2%를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금년 2·4분기중의 수출증가율이 다소 희망적인 숫자를 나타낸 것은 기준이 되는 지난해 같은 기간중의 수출부진이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출이 8%나 감소했던 지난해 3·4분기가 기준이 되는 올 3·4분기중의 수출증가율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며 4·4분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결국 지난해 4월이후의 수출부진이 너무나 심각했던 이유로 금년 4월이후의 수출증가율이 다소 나아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수출경쟁력의 참된 회복이나 여건의 구조적 개선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엔·달러화 환율의 경우 지난 5월중의 급락이후 일본의 경상수지흑자증대와 금리인상전망 등으로 추가적인 하락에의 기대가 폭넓게 형성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덴버에서 개최된 8개국 정상회담이 엔·달러화 환율 추가하락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는 엔화에 대한 특별한 합의가 없었다. 오늘날 주요국들은 국제간 자본이동의 급격한 변화와 그에 따른 충격들을 초래하지 않는 한 현재의 엔·달러 환율을 나름대로 적정수준으로 보는 것 같다. 특히 강력한 달러 아래서 안정적 성장을 추구해온 미국은 재정적자 보전의 주요 재원으로 기능해 온 일본의 경상수지흑자를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또한 막대한 달러화표시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달러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은 현재의 엔·달러 환율수준을 지속시키기로 암묵적인 합의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볼 때 우리경제의 조기회복전망의 근거는 매우 빈약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경기가 조기 회복된다면 그것은 내수 진작에 의한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현재의 상황하에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현재 우리경제의 성장에 대한 가장 핵심적 제약요인은 경상수지 적자다. 따라서 수출주도형 성장만이 지속성을 갖게 되며 경상수지 악화를 촉진시킬 내수의존형 성장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 무역수지가 다소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외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국 각종 구조조정과 고비용 저효율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현재의 위기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상황하에서 경기조기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것이다. 섣부른 경기조기회복 예측 등으로 경제위기의식이 해소됨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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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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