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원高 시대의 과제

원ㆍ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물론 원ㆍ달러 환율이 900원대를 유지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높아진 경쟁력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원화 가치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는 경우 우리 기업들은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 환율은 양국간의 이자율ㆍ인플레이션ㆍ생산성 등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는 경상수지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어서는 등 심각한 수준에 있는 미국의 경상적자가 축소되기 위해서는 국제 환율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는 원ㆍ달러 환율이 800원대, 700원대까지도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원고(高)에 직면한 우리나라 경제는 기업 경쟁, 경제 성장, 산업 구조 측면에서 큰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우리 기업들은 가격이 아닌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고 선진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고부가가치화와 원가 절감이 요구된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느냐, 3류 기업으로 도태되느냐의 갈림길에 설 것이며 기업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원고의 경제적 파장은 고유가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 효율화 증대로 유가의 영향력은 줄어든 반면 경제의 대외 의존도 심화로 환율의 영향력은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80년대와 90년대 두 차례의 엔고를 겪으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했다. 주력 산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만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을 피할 수 있다. 셋째, 우리 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에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핵심 산업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는 더욱 빨리 진행될 것이다. 서비스화 진전과 맞물려 제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 투자 분위기를 회복할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과거 수 십년간 세계가 놀랄 만한 고성장의 신화를 이뤄낸 바 있다. 그러나 과거 일본과 같이 통화 가치의 절상을 극복하면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원고의 파고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ㆍ산업계 등 경제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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