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불안신드롬 확산/신경정신과 환자 북적

◎“밤새 주가폭락 악몽” 호소도/달러 사재기속 매물없어 거래 한산최근 주식 및 외환시장의 폭락으로 금융공황 상태가 빚어지자 업무가 마비지경에 이른 것은 물론, 증권사·은행원 투자가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환율폭등으로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는 재일동포나 재미동포들의 환전액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외환은행 김포공항지점 박경휘 계장은 『이달 초만 해도 해외교포들이 원화로 환전해가는 금액은 하루 20만달러 선이었으나 최근 30만∼40만달러에 이른다』며 『반면 귀국하는 내국인들의 환전액수는 하루 10만달러 수준으로 별 영향이 없고 달러가 오를 것으로 예상, 환전을 하지않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30일 상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가격제한 폭까지 오르자 남대문, 명동 등 암달러 시장에서는 1달러당 1천원까지 거래되며 혼란을 거듭했으나 거래량은 평소보다 못미쳐 유례없는 달러 폭등이 암달러시장에 오히려 찬바람을 몰아왔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때문에 달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달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더 오를 것이란 기대로 팔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대문 그릇상가 앞에서 만난 「달러아줌마」는 『평상시에 하루 3천∼4천달러를 거래했지만 최근 며칠동안 하루에 1천달러 거래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암달러시장에는 환율이 급변하자 가까운 은행 환율게시판을 보고 시시각각 환율상황을 전하는 새로운 직종까지 생겨 눈길을 끌었다. 한 암달러상은 『암달러시장에서는 은행에서 고시하는 가격보다 싸게 팔고 비싸게 사기때문에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에게 이롭다』며 매매를 권유하기도 했다. ○…금융공황의 여파로 은행·증권사 임직원, 투자자 등 중산층의 건강이 「붕괴」되면서 병원의 신경정신과에 환자사태를 빚고 있다. 증권사 직원들 가운데는 의사에게 『그냥 조용히 죽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며 극심한 자포자기성 우울증세를 보일 정도로 심각한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의들은 밝혔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정영조과장은 『주가 5백선이 무너진 29일 인근 명동의 한 증권사 차장이 충격으로 졸도와 신체마비 증세를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왔다』면서 『증시폭락으로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고 어렵사리 잠이들어도 꿈속에서까지 「내 돈 돌려 달라」는 성난 고객들의 아우성으로 잠을 깨는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샐러리맨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성모병원에는 남편과 상의없이 증권에 투자한 가정주부에서부터 퇴직금을 몽땅 날린 명예퇴직자, 빚보증으로 파산위기를 맞은 중소기업사장, 그리고 증권회사 직원들이 하루 10명이상 꼴로 정신과를 찾고 있다. 실제로 증권회사 지점장인 40대 장씨의 출근길이면 『여보! 약 줘야지…』가 필수언어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 약은 바로 청심환. 하한가까지 추락하는 시세판을 10분만 봐도 현기증이 일 만큼 혈압이 급상승해 이 약이 필수상비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G클리닉 이모 박사는 『최근들어 포도당 주사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며 『이들은 대개 증권맨들로 주사를 맞은 후에도 한참동안 멍하니 누워있다 가곤 한다』고 말했다.<정경·사회·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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