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티그룹 경영타격 수렁

M&A등 사업다각화 전략이 되레 역작용"사업다각화가 금융재벌 시티그룹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98년 보험회사인 트래블러스와 시티은행이 합병해 태어난 시티그룹.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시티그룹이 이에 따른 부메랑을 맞으며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 최고경영자(CEO)는 개인 고객에게는 은행상품과 보험상품을 함께 팔고, 기업고객에게는 대출과 투자은행 업무를 동시에 해주는 이른바 '교차판매(cross selling)를 강조해왔다. 교차판매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고 경기 순환에 상관없이 언제나 이익을 내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웨일 CEO의 꿈. 이를 위해 시티그룹은 은행ㆍ보험 뿐만 아니라 살로먼스미스바니(SSB)를 인수하며 투자은행 부문에도 진출했다. 또 이머징 마켓에 대한 적극적인 확장전략을 통해 지역적인 다양화도 함께 모색해 왔다. 그러나 이번 월드컴 사태를 계기로 시티그룹의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지뢰로 작용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실제 시티은행의 보험부문은 3억3,500만달러어치의 월드컴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한편 은행부문 역시 26억5,000만달러를 대출해 준 상황이어서 다른 금융기관보다 월드컴 파장에 따른 피해가 크다. 여기에 아르헨티나 투자를 통해 입은 8억6,000만달러의 손해까지 합쳐져 시티그룹이 흔들고 있는 것. 그러나 이 같은 금전적 손실보다 월가의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점은 시티그룹의 투자은행인 SSB가 월드컴 주간 업무를 해왔다는 사실. 계열 보험 및 은행부문이 천문학적 금액을 대출한 가운데 SSB가 월드컴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우호적으로 작성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보내고 있다. 또 주간사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계열 은행부문이 대출지원을 약속하는 등 교차지원(?)이 이뤄졌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FT는 천문학적 투자 손실과 함께 이 같은 복잡한 영업방식ㆍ불투명한 회계구조가 올 들어서 시티그룹의 주가를 25% 끌어내리는 등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티그룹이 분사 등을 통해 기업을 분리하고 또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헨리 맥베이는 "여러 분야에 대한 다양한 진출에서 벗어나 신용카드, 소매금융 등 경쟁력 있는 분야에 사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거대 금융재벌을 꿈꾸고 있는 스탠포드 웰리가 이 같은 월가의 충고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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