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즐거운 혁신

김정훈<한국수출입은행 리스크관리부 차장>

일전에 축농증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간단한 수술이라는 말에 안심했으나 뼈를 갈아내는 듯한 통증에 눈물을 찔끔거렸고 수술 후에도 한참 동안 아팠다. 흔히 ‘뼈를 깎는 고통을 느꼈다’고 말할 때의 그 고통을 실감했다. 혁신에 대한 일부의 무관심과 냉소적 반응은 혁신 그 자체보다는 이런 육체적, 혹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감 때문으로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혁신마인드를 전파해 조직원의 행동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에도 문제가 없지 않는 듯하지만 말이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의 경영혁신 작업도 원활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수다. ‘혁신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도식적 생각을 없애기 위해 혁신 태스크포스(TF) 팀은 다음과 같은 방침을 세웠다. 여러 혁신과제를 도출하는 데 있어서 철저히 하부여론수렴(bottom-up) 방식을 추구했다. 상부지시(top-down) 방식으로는 이제 더 이상 변화를 유도하기 어려운 시대다. 사전에 직원들의 공감대를 다지고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을 활용함으로써 여러 의견들이 자칫 반목으로 흐르지 않게 해 실행력 높고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낼 수 있었다. 둘째, 무언가 거창한 것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상적인 프로세스의 개선, 마인드의 변화를 중시했다. 인사 및 조직 등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도 개선 작업이 필요하나 회식문화를 바꾸는 것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도 업무의 질 향상에 중요하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조직원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북돋음으로써 다양하고 실질적인 혁신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 한편 이벤트성의 행사로 흐르기 쉬운 혁신 작업을 상시적이며 자율적으로 해나가는 데 중점을 두었다. 혁신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다시 타성으로 복귀하려는 것이 자연스런 인간 성향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보공유와 피드백을 강조하는 자율적이면서도 상시적인 혁신체제를 지향함으로써 혁신이 오히려 즐거운 일이 되도록 하는 데 노력했다. 환경변화에 날렵하게 대처할 수 있는 몸을 갖추는 다이어트 작업은 사람이든 조직이든 단시일에 이루기 어렵지만 이를 게을리 해 비만체질이 돼버리면 더 큰 병을 얻어 정말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그런 엄청난 고통을 겪기 전에 평소에 ‘혁신’의 공감대를 쌓고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좀더 부합하기 위한 수출입은행의 혁신 작업은 지금도 즐겁게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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