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또 무산된 한ㆍ칠레 FTA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비준이 또 다시 무산됐다. 한ㆍ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상정된 9일 국회와 여의도주변은 하루종일 긴장된 모습이었다. 여야 각당은 본회의에 앞서 각당의 입장을 정리하느라 분주했고 농촌의원들은 표결 방식과 행동 방향을 놓고 머리를 맞대었다.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1만5,000여명은 FTA 비준동의안의 통과 저지를 위해 결사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장이 농촌의원들의 실력저지에 경호권 발동을 예고한 상태에서 농촌의원들은 기명투표를 하면 실력저지를 하지 않겠다고 제안해 표결처리의 돌파구가 열리는 듯 했으나 기명투표 방법을 놓고 해석이 엇갈려 내주초 다시 처리키로 함으로써 끝내 처리가 무산됐다. 우리 국회가 협정문에 서명한지 1년이 넘도록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자 칠레 상원은 지난달말 FTA 비준동의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해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그 동안 두 차례나 시도된 국회 처리를 저지했던 농촌의원들과 여야 지도부의 입장에도 총선이나 농민의 피해 등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10년 동안 119조원 지원계획을 밝히는 등 나름의 대비책이 제시된 상태에서 막무가내식 반대는 국익보다 사익을 앞세운 처사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비준동의안의 처리가 지원되는 동안 칠레에서의 우리 제품 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져 수출 차질액만도 265억원에 이르렀다. 2002년말 대비 지난해말 한국 컬러TV의 대 칠레 시장 점유율은 22.87%에서 9.54%로 추락했고, 휴대전화 수출도 25% 가량 줄어 드는 외에 중남미 시장 수출 전반으로 악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의 존립 이유에 근본적인 회의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다자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여건에서 국가간 쌍무적인 자유무역협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미 전세계에 200여개 이상의 국가간 또는 지역간 무역협정이 체결되어 있고 칠레만 해도 벌써 30여개국과 FTA 협정을 맺어놓고 있다. WTO 가입 146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몽골 단 두 나라만 FTA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서는 수치스런 일이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제조업 공동화가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수출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한ㆍ칠레 FTA 비준에 이어 일본ㆍ싱가포르 등과의 FTA 체결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입장이다. 더 이상 국회의원의 역할은 농촌과 도시로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 수출기반을 살려야 국가경제가 살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농촌도 살리는 길이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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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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