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자 승용마케팅실(비상경영의 현장)

◎얼어붙은 소비심리 백약이 무효/피크기 10월 실적감소 90년대들어 처음/영업소선 “동료라도 판매만은 양보못해”/“매출정책 수익성위주로” 주장 힘얻기도『차 한대만 어떻게 팔아 줘라.』 현대자동차 승용마케팅 김만유 실장(이사)이 요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만나면 빠짐없이 하는 얘기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이야 뻔하다. 『너 정신있니? 요즘 여유있는 사람이 어디있냐.』 사내에서 배포 두둑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김이사지만 이런 말에는 머쓱해지곤 한다.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은 「최악」이다. 경기침체에다 한보, 삼미, 기아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무너지면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내구소비재 가운데 최고가에 속하는 자동차가 팔릴 여건이 아니다. 이번에는 선거특수도 없고, 기업들은 업무용마저 줄이고 있다. 이런 사정은 판매실적이 증명한다. 지난 10월까지 국내시장에 판매된 차는 모두 1백30만대. 지난해보다 1.5%가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판매가 피크에 달한다는 10월에도 지난달보다 8.4%나 줄어들었다. 『10월 판매실적이 추석연휴 등 휴무일이 겹친 9월보다 줄어든 것은 90년대 들어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는게 김실장의 진단이다. 판매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마케팅부서는 그래도 나은편. 판매전략을 짜고 새로운 마케팅방법을 마련하라는 경영진의 특명이 떨어지면 밤샘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업일선은 더 비상이다. 판매일선의 영업소장들은 무이자할부판매를 재개해야 된다고 건의한다. 일부 소장들은 월초 판매실적을 월말에 한꺼번에 내놓는다. 요즘 자동차업계에서는 『영업소 분위기가 너무 살벌하다』는 말을 자주한다. 『아무리 동료라도 차판매 만큼은 도와줄 수 없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온다. 어려울 때 일수록 판매실적이 인사고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때문. 이런 가운데 회사의 최고경영진은 연말이면 매년 되풀이하던 장기무이자할부판매를 올해는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아무리 판매조건을 완화해도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원천적으로 위축돼 무이자를 들먹여도 먹혀들지 않고, 수익성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는 그래도 나은편이다. 지난달 지프형차를 제외한 전부문에서 53.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기아사태의 여파로 승용차부문에서 50.3%를 올렸다. 평시에 승용부문에서 시장점유율에서 절반을 넘긴 것은 근 1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공장에 재고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점유율확대는 그 의미가 줄어들고 있다』고 김실장은 말한다. 회사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 현대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2백82억원. 지난해(5백16억원)의 절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워낙 시장이 나쁘다 보니 차제에 판매정책 자체를 수익위주로 전환시키자는 주장도 높아지고 있다. 88년이후 앞으로만 달려오며 덩치를 키워온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물량에서 수익성 위주로 구조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1월과 12월은 자동차시장의 전통적인 비수기다. 『요즘 대우와 기아의 마케팅 담당자들과 만나 소주라도 마시며 대책을 숙의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김실장은 정말 답답해 하고 있었다.<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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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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