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가 연중최고치를 기록하며 어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주식은 이제 모두의 관심사가 됐다. 언론보도 역시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고 있으며, 향후 전망도 장밋빛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데, 이 분위기를 어떻게 유지해 가느냐가 문제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관리가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자금을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중요한 금융시장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환란이라는 경제파국을 맞았던 중요한 원인중 하나는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이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낮은 이유중 하나는 차입경영 때문이다. 직접자금시장이 지극히 취약하여, 은행빚과 사채없이는 사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했고, 이것이 제조원가를 높임으로써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직접자금시장의 최근 5년간 실적을 보면, 환란의 원인중 하나가 직접자금시장의 몰락에 있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94년과 95년은 공모와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액이 6조2,000억원 대를 유지하다가, 96년에는 5조3,000억원으로 떨어지고, 환란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97년에는 3조4,000억원까지 급감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더욱 빚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경기하강으로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꼴로 막대한 이자까지 물게 되었던 것이다. 회사채 발행액이 94년 약 26조원에서 95년 30조원, 96년 35조원, 97년 38조원 등으로 급격히 증가했던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반면, 98년에는 공모와 유상증자 등 직접조달액이 14조원으로 급증하였는데, 이것이 환란극복과 경제회생에 있어서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하였다.
이제, 주식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어떠한 경제정책보다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기능이 원활해질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식이 우선 「주식이란 최소한 5년 이상은 투자해 두어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주식시장은 투자의 장이 아니라 투기의 장, 아니 도박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미숙한 시장에서는 시장기능을 기대할 수 없으며, 그래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주가관리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국민들의 의식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식은 어떠한 경우에 바뀔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반드시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수익을 올렸을까? 결코 아니다. 투자원금까지 탕진한 경우가 많았다. 해외건설주가 선도했던 70년대 후반의 주식열풍은 많은 투자자들을 거지로 만들었고, 올림픽 특수가 선도했던 80년대 말에는 투자원금의 10분의1만 건져도 다행이었다.
주식열풍이 불 때마다 투자자들의 큰 손실로 귀착된 것인데,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주가를 정책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 주식시장처럼 천장은 하루고 바닥은 십년이 다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가가 순식간에 천장이 되도록 방치하다가 어떤 정책처방도 무효인 하락장세로 돌아섰을 때야 허둥지둥 해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가격이 상승추세에 있을 때, 1년에 오를 것을 3년동안, 아니 5년, 더 긴 세월동안 오르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리인상 등과 같은 직접적인 수단도 동원해야겠지만, 그보다는 주식 공급물량을 조절해주는 등의 간접적인 정책수단이 더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서 주가상승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하며, 투기장세를 투자장세로, 폭등세를 점진적인 장기상승 추세로 흐름을 바꾸어 놓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금융기관 대출이나 사채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자금을 흡수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자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면 기업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고, 주식의 잠재가치도 더욱 상승할 것이다. 5년쯤 뒤에 지수 5,000에 도달하고 10년 쯤뒤에 1만까지 도달하는 장세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