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 원상 복구라는 고강도 압박 전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과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 수석 대표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5일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긴급 회동을 갖는데 이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도 만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중국측 요청으로 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힐 차관보는 우다웨이 부부장과 만나 북한의 영변 핵 시설 복구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힐 차관보는 중국 방문에 앞서 자신의 중국 방문 계획을 북한측에 통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회동을 희망하고 있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만큼 미국과 북한 수석대표의 전격 회동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부상이 베이징을 방문해 북미간 회동이 이뤄지면 북핵문제 2단계 타결의 최대 걸림돌로 꼽혔던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북핵 검증체계 구축이라는 두 가지 숙제의 해결 단서가 잡힐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불능화 중단에 이어 핵 시설 복구라는 초강수를 잇따라 내놓으며 강하게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당장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핵 시설 복구 개시가 6자회담 합의 사항 위반임에는 틀림없지만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은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 중단 등 강경 대응보다는 당분간 협상을 통한 대북 설득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핵 시설 복구 사실을 확인한 시점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지난 2일 영변 현장에 머물고 있는 미국 요원들에게 핵 시설에 대한 복구 작업을 개시하기로 구두로 통보했으며 우리 정부도 이날 미국 측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