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건축추진위원장 `비리녹취록` 충격

최근 서울의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사업장 두 곳에서 재건축추진위원장의 비리 및 투기 혐의를 폭로하는 녹취록 등이 나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31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서울시 강동구 고덕지구의 A(가칭)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 K씨가 신규 아파트 및 상가배정을 미끼로 동조세력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본지는 인근 B아파트의 재건축추진위원장 Y씨가 주변 재건축아파트를 여러 채 매입, 투기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한 문건도 확보했다. 이 녹취록 내용은 위원장 K씨 밑에서 일했던 전ㆍ현직 간부 M씨와 L씨의 폭로내용을 담은 것으로 K씨가 이미 재건축을 추진 중인 A아파트 내 일부 동만을 따로 떼어내 분리재건축하기 위해 아파트와 상가를 한 채씩 더 준다는 조건으로 동조자를 모으는 내용을 담고 있다. M씨는 녹취록에서 “(분리재건축을 하면) 손해를 볼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K씨가 (자신의) 이권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며 “(자신에게) 상가와 아파트를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L씨도 녹취록에서 “(K씨가 자신에게) 상가를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추진위원장 Y씨도 이번 비리 혐의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Y씨는 K씨가 분리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동(棟)의 아파트를 지난해와 올 1월 각각 한 채씩 매입했다. Y씨는 또 자신이 재건축을 진행 중인 B단지의 아파트 7~8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등기부상 Y씨가 살고 있는 주소지는 강남 일원동의 한 아파트로 돼 있어 투기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더구나 Y씨는 K씨와도 접촉했었고 최근 A아파트를 두번째로 매입한 직후 이 단지에서 분리재건축이 추진되기 시작해 Y씨가 시세조작을 통한 매매차익을 노리기 위해 분리사업을 조장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Y씨는 “A단지 분리재건축에 대해서는 나는 오히려 반대해 동의서조차 낸 적도 없고 보유했던 아파트도 팔려고 내놓은 상태”라며 비리 연루 및 투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또 K씨는 아파트 등의 임의배정 의혹에 대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법적으로 추진위원장이 아파트나 상가 배정문제를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건축컨설팅업계의 한 전문가는 “최근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위축되면서 일부 재건축조합 간부들이 시세조작을 위해 재건축사업내용 등을 조작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이는 아파트값 급등요인으로 작용해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한다”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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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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