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 & Story] 송기진 광주은행장

"발로 뛰며 진심으로 다가서니 고객들도 마음 열었죠"<br>선물 하나도 산지까지 찾아가 직접 골라<br>지점장땐 야전침대 놓고 불철주야 영업<br>"소호명가 육성등 지역 뒷바라지 힘쓸것



"은행 수익보다 고객 신뢰에 주력" "은행이 고객에게 세일즈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신용과 감동입니다.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그 믿음이 바로 영업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영업의 신화'로 통하며 은행원이 된 지 37년 만에 CEO에 오른 송기진(58ㆍ사진) 광주은행장은 자신의 성공 비결이자 경영 철학을 이같이 밝혔다. 송 행장은 전남 보성군에 위치한 벌교상고를 졸업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하루빨리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선택한 학교였다. 송 행장은 상고를 졸업하자마자 상업은행 시험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했다. 지난 1970년대 당시 은행원은 이른바 '화이트칼라'로 모든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였다. 송 행장이 '큰 은행'에 입사하자 마을에서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잔치를 벌일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송 행장은 은행원이 되면서 '시골 출신'의 뚝심으로 일에 열정과 혼을 쏟아부었다. 오직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입사 26년 만에 송 행장은 대림동지점장으로 부임했다. 지점장이 되면서 그의 열정과 집념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점장이 되자마자 대림동지점을 전국 최고의 지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은행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석 달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자세로 영업에 임했다. 그는 가장 먼저 고객들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감자 한 박스, 수박 한 통을 고객에게 선물하기 위해 남들이 다 쉬는 주말에 용달차를 몰고 고창과 대관령 등지에 가서 직접 물건을 골라 고객들에게 전달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은행원들의 가장 큰 소망이자 꿈은 지점장 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점장은 은행원의 꽃이죠. 그 시절의 젊은 패기와 열정이 지금의 저를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는 은행에 입사한 다음해에 건국대 경제학과 야간반에 입학했다. 낮에 일하고 밤에 학교에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이었지만 3학년 때 주ㆍ야간을 포함해 총학생의장에 선출됐다. 도전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헌신하는 그의 뚝심과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은행에서도 그는 지점장이 되기 전 노조에서 조직부장ㆍ교선부장ㆍ부위원장을 거쳐 노조위원장을 4년 가까이 역임했다. 처음 노조위원장에 도전해 90%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시골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핸디캡 속에서 '발로 뛰고 진심으로 다가서서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에 임해 명문대를 나온 엘리트들과의 경쟁에서 이겼다. 송 행장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 우리은행으로의 변신 과정에서도 승승장구했다. 그는 우리은행 영업본부장ㆍ영업지원단장과 부행장을 차례로 거쳐 2008년 제10대 광주은행장에 취임했다. 광주은행장에 취임한 송 행장에게는 영광보다는 부담과 역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취임 직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고 지난해 말부터는 내로라하는 지역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지역경제가 휘청거렸다. 그는 취임 직후 "건축가의 머릿속처럼 하루밤 새 마천루를 쌓아 올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하얀 도화지 위에 연필로 다시 밑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조직개편, 지역 산업단지 금융 지원, 중소기업 육성 지원, 수익성 위주 내실경영 등의 정책을 차례로 펼치기 시작했다. 올해는 위기에 처한 지역경제 회생과 광주은행 경영 정상화를 위해 '어닝 서프라이즈 실현'을 목표로 제시했다. 취임 2년째를 맞은 올해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5월 말 기준 가결산 결과 당기순이익이 667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 당기순이익 620억원을 다섯 달 만에 훌쩍 넘어섰다. 5월 말 현재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을 합한 순영업수익도 전년 동기 대비 351억원(20.1%) 증가한 2,099억원을 기록했다. 그의 올해 목표는 연말까지 수신은 최대 1조5,000억원, 여신은 1조3,000억원가량 늘리는 것이다. 송 행장은 지역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애정이 유독 강하다. 지역 중소기업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구심점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취임했을 때 지역 중소기업인들의 모임인 리더스클럽 회원 수가 134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02개로 늘었다. 호남에 소재하는 명가라는 뜻의 '소호명가(所湖名家)' 육성사업도 2008년 1호점을 시작으로 2년 만에 270개에 달할 만큼 키웠다. 송 행장은 "우리 지역에도 100년, 1,000년의 전통과 역사를 가진 소호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지역의 소호명가를 계속 발굴해 광주은행 소호명가 현판을 따라가면 지역명품과 맛집 기행까지 할 수 있도록 관광지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 행장은 "앞으로도 은행 수익보다 고객 신뢰라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기업가치 향상과 브랜드파워 제고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지방은행으로서 지역민들, 지역기업들을 뒷바라지하는 데 가일층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약력 ▦1952년 보성군 벌교 ▦1971년 전남 벌교상고 졸업 ▦1976년 건국대 경제학과 졸업 ▦1997년 상업은행 대림동지점장 ▦1998년 한빛은행 안양지점장 ▦2001년 우리은행 수원기업영업본부장 ▦2003년 우리은행 영업지원단장 ▦2004년 우리은행 부행장
"신뢰 최우선… 은행원은 사제 같은 자세로 일해야"
■宋행장의 경영철학 "은행은 남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직종이잖아요. 저는 평소 은행원은 사제(司祭)와 같은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송기진 광주은행장은 은행 경영에서 고객에 대한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의 가슴에 언제나 담겨 있는 화두는 '인간'이다. 젊은 시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한 것도 '인간의 존엄성 확보 때문'이었다고 송 행장은 밝혔다. 야간대에 다니면서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것이나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첫 은행장에 오른 특이한 이력도 그런 철학이 밑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활 모토를 '보람차고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살자'로 삼은 송 행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격언을 실천하며 '진인사 대천명'하는 심정으로 후회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회고한다. 광주은행 경영에도 그의 철학은 어김없이 반영된다. 송 행장은 기술력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 발굴과 지원에 열성적이다. 중소기업이 지역사회와 지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게 기본 인식이다. 밀착경영을 통해 지역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관계형성을 바탕으로 특성에 맞춰 지원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민의 생활터전을 넓히는 데 기여하겠다는 의지다. '소호명가' 선정 지원이 대표적이다. 사회공헌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지난 2008년 7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위해 사회공헌사무국을 신설했다. 사무국은 이웃돕기와 복지시설 방문, 무료급식 봉사활동, 다문화가정돕기 바자 등 다양한 분야의 자원봉사와 후원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으로 그는 지난해 중소기업 금융지원상과 사회공헌경영 부문 대상인 대한민국CEO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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